▲제인 엘리자베스 미국언론연구원(API) 선임연구원이 6월 2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체크 컨퍼런스(Global Fact V)에서 팩트체크 결과를 불신하는 독자에게 다가가는 해법에 대해 참가자들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김시연
이미 지난해부터 과거 정치인 발언 중심에서 독자 중심, 이슈 중심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팩트체크3.0' 화두가 등장했다. 미국언론연구원(American Press Institute) 제인 엘리자베스 선임연구원은 "단순히 사람들에게 '당신은 틀렸다'고 말하고 팩트를 던지면 나쁜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면서, 팩트체크 결과를 불신하는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팁을 제시하기도 했다.
▲ 인물이 아닌 이슈에 초점을 맞춰라
▲독자를 당파성에 따라 편가르게 만드는 편향적인 브랜드는 피하라
▲ 어느 한 당파에서 주로 쓰는 용어 사용에 주의하라
▲ 해법을 강조하라
▲ 사람들은 늘 올바름을 원한다는 걸 기억하라
▲ 긍정적인 점도 한두 가지 함께 짚어라, 존중하고 겸손하라
특히 엘리자베스 선임연구원은 팩트체커에 대한 독자들의 대표적 불만이 정치적 편향, 관련 주제에 대한 지식 부족, 검증 발언 선택 문제 등이라며 팩트체커 스스로 드러냄으로써 투명성을 높이라고 강조했다.
주로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로 양분된 미국 현실을 바탕으로 했지만,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진보-보수 진영의 대립이 심한 우리나라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행사에도 한국에서 SNU팩트체크센터를 비롯해 10명의 주요 언론사 팩트체커들이 참석해 알렉시오스 IFCN 국장, 애론 샤록만 폴리티팩트 부장과 직접 면담하기도 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참가한 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은 2일 "폴리티팩트의 실험은 보수는 절대로 팩트체크로 설득되지 않는다는 것에 도전해 현장에서 독자를 창출했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이번에 소개된 프랑스 리베라시옹의 '체크뉴스'처럼 독자에게 수천 개의 질문을 받아 팩트체크해 답변하는 방식도 저널리즘의 편견 문제를 돌파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팩트체크도 유력 정치인들 발언을 검증하고 판정을 통해 시각화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사진, 동영상, SNS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팩트체킹 자동화다. 구글 '알파고'로 대표되는 AI 기술 발달로 이미 스포츠나 주식 관련 기사를 쓰는 로봇 기자가 등장했고, 실시간이 생명인 팩트체크 역시 궁극적으로 AI 영역이 되리란 불안감과 기대감이 교차한다. 하지만 현재 팩트체킹 자동화 기술은 팩트체킹이 가능한 발언을 빠르게 추출하거나 기존 데이터베이스 검색 결과와 대비시켜 사람의 팩트체크가 보다 빠르게 정확하게 이뤄지도록 보조하는 수준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폴리티팩트'를 만든 빌 아데어 듀크대 교수는 이번 서밋 마지막 날 대표적인 자동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듀크대 리포터스랩에서 만든 '팩트스트림' 앱은 폴리티팩트 등 미국 3대 팩트체커 결과물을 하나의 피드로 가져와 팩트체크할 수 있는 앱이고, '테크 앤 체크 경보'는 TV 스크립트에서 팩트체크가 필요한 발언을 주요 팩트체커들에게 이메일로 보내주는 일종의 통보 시스템이다.
아르헨티나 체키아도의 체키아봇 역시 아르헨티나 언론 뉴스를 스캔해서 팩트체크할 발언을 전달해 준다. 영국의 '풀팩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BBC와 의회 발언록에서 확인 가능한 발언을 자동으로 가져와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프로그램을 시연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실업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발언하면, 관련된 정부 자료를 자동으로 찾아와서 이를 바탕으로 사실 여부를 검증해준다.
프랑스 리베라시옹의 '체크뉴스'가 가짜 뉴스나 루머, 정치인 발언에 대한 독자들의 질문에 팩트체커가 직접 답변하는 '인간 검색기' 서비스를 하는 동안, 브라질의 '아오스 파토스(Aos Fatos)'는 독자 질문에 자동으로 답해 주는 '페이스북 메신저 로봇'을 개발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페이스북, 구글, 왓츠앱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의 참여도 눈에 띈다. 페이스북은 이번 행사에 맞춰 팩트체크 프로그램 업데이트 계획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팩트체커가 거짓 판정한 가짜뉴스를 판별하고 프랑스, 멕시코 등 4개국에선 영상, 사진 조작 검증 시스템도 실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도 검색어와 관련된 팩트체크 결과물을 노출하는 '클레임리뷰 마크업' 활용을 팩트체커들에게 적극 홍보했다.
정은령 센터장은 "거짓 정보의 양과 확산 속도 탓에 전문 팩트체커의 힘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자동화가 보조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이번 행사에선 팩트체커들이 구글, 페이스북 등과 협력과 긴장 관계를 형성하며, 팩트체크 자동화 알고리즘과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과정에 적극 개입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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