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 필요한 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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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고 1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사례도 주변에서 빈번하게 발견할 수 있다. 미취학 아이들을 하나둘씩 키우고 있는 우리 팀 남자 직원들은 매일 담소 중에 육아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외벌이인 동료 B는 낮에 아이를 돌보느라 지친 와이프 대신 밤새 잠을 안 자고 보채는 아이를 달래느라 힘들었다는 얘기를 아침 인사로 대신한다. C는 출근을 일찍 하는 아내 대신 매일 아침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킨다는 이야길 한다.
사실 둘째 아이가 돌이 지난 뒤 와이프가 복직을 했다는 A는 어머니가 본가인 대전에서 올라와서 둘째를 봐주신단다. 여섯 살인 첫째는 유치원에 다니지만 둘째는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어머님이 돌봐주기로 하신 거다. 손주 돌봄으로 A의 부모님은 비자발적 주말부부가 되셨다.
그러나 아이가 어릴 때 아프면 가장 가까운 부모님이 돌봐주신다고 해도 나 역시 몹시 신경이 쓰였다. 가뜩이나 A의 와이프는 3교대에 해외 출장이 잦은 직업군으로 아이가 아플 때 등의 비상 상황에 대처가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A가 휴가를 내고 아이를 돌보게 된 거다.
시터, 친정 부모님, 시부모님, 혹은 친정 언니나 고모 등 다양한 돌봄 시스템을 봐도 역시 아이에게 부모만한 이가 없는 건 맞다. 꼭 육아 때문은 아니겠지만 그래서 주간 근로가 52시간으로 줄어들면 부모는 좀 더 많은 시간에 가정에 있는 아이들에게 얼굴을 비출 수 있겠구나 싶다. 줄어든 근무시간만큼 그 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게 제도도 함께 개선됐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어릴 때 내가 다니던 회사는 아침에 8시에 출근하면 오후 8~9시까지 꼼짝없이 자리를 지켜야 했다. 고객 서비스가 주업무인 회사라 평일에 휴가가 자유롭지도 않았다. 그나마 휴가를 사용하려면 며칠 전부터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팀장에게 승인을 받아야 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 이직한 지금의 회사는 개인 휴가를 승인이 아닌 통보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고 반차(8시간 중 4시간 휴가), 반반차 (8시간 중 2시간 휴가) 등의 자유로운 휴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아이 돌봄 상황이 필요한 때에 부모들은 마음 편하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나에게도 A에게도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아픈 아이를 두고 출근을 서두른 A의 얼굴은 약간 피곤해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된다는 위로 같은 건 A에게 건네지 못하겠다. 그저 지금 참 힘들겠다고 토닥여주기만 했다. 육아란 엄마에게뿐만 아니라 아빠에게도 힘든 일이라는 걸 일찌감치 배울 수 있으니 어찌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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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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