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했던 경복궁역 2번 출구 앞 골목은 서촌 바람을 타고 손님 발길이 늘었지만 궁중족발은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안진걸 제공
수십년간 원주민이 갖고 있던 부동산에서 새로운 투자자로 손바뀜 되면 임대료는 대폭 상승할 수밖에 없다. 당장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투자자는 최대 수익률을 올리고자 하기 때문이다. 궁중족발의 새 건물주는 종전 297만 원의 임대료에서 1200만 원으로 증액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임차인은 다른 임차인에게 매장을 넘기는 방식으로 권리금을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권리금까지 주면서 고액의 임대료를 부담할 수 있는 임차인을 찾을수 없기 때문이다.
임대료가 높으면 권리금이 형성되기가 어렵고, 임대료가 낮은 건물은 상대적으로 권리금이 높다. 임대료와 권리금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에 있다. 따라서 권리금 감정평가를 할 때는 상가의 임대료가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권리금이 없는 상가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임대료를 지불할 여력이 있으므로, 건물주 입장에서는 기존의 임차인을 내보내고 권리금 없이 높은 임대료를 받고자 한다.
현장에 나가보면 권리금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임대인들은 자기가 받은 적도 없는 권리금에 대한 손해배상을 하라는 거냐며 몹시 억울해한다. 임대인의 입장도 납득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상가 부동산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었으므로, 그에 대한 적정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자본주의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조정과 중재를 위한 법과 제도의 역할이 있다. 임대차관계에서 부동산의 이용을 통하여 부동산의 가치 창출에 기여한 임차인의 몫을 어떻게, 얼마만큼, 어떤 방식으로 인정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하여 도출해야한다.
권리금 법제화됐지만 현실에서 제대로 인정 못 받아2015년부터 상가임대차보호법을 통하여 법제화된 권리금에 대한 손해배상제도가 바로 이러한 내용을 구체화한 형태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현실에서는 권리금에 대한 손해배상금액이 인정되는 사례가 많지 않고, 아직까지 확립된 대법원 판례도 없다. 하급심 판례에서는 아직까지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함으로 인하여 '임차인'에게 발생한 손실의 해석에 있어서 매우 좁고 엄격하게 보고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사건들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권리금이 아예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또한 권리금을 인정하고 있는 판례에서도 권리금에 산입되는 자산의 범위를 매우 좁게 해석하고 있는 경향이 있어, 임차인들간 거래되는 권리금 시세 수준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권리금을 새로운 임차인을 통하여 회수한다는 것은 임대인을 운좋게 잘 만나야 가능한 것이며, 무작위 뽑기 확률에 가깝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전 재산을 털고 대출까지 받아서 창업자금을 마련하는 현실에 비추어 취약하기 그지없는 현실인 것이다.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등 관련 규정에 따르면 권리금은 무형자산과 유형자산으로 구분하여 산정하는데 무형자산을 산정하는 방법으로서 대상 업체의 수익을 기준으로 하는 수익환원법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영업기간의 평균 영업이익의 일부를 무형자산으로 보고, 약 5년간의 무형자산의 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하여 합산하는 방법으로 산정하는데, 업종이나 시장 여건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약 1년분 내지 2년분의 영업이익 정도가 무형자산의 가치로 산정된다. 이때 영업이익은 영업자의 자가노력비를 공제하여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결국 자가 인건비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영업장의 경우에는 무형자산으로 산정되는 부분이 거의 없거나 매우 작아지게 된다.
죽도록 매출을 올려서 임대료를 포함한 이런저런 비용 공제하고 나면 결국 자가노력비 정도밖에 남지 않는 현실에 씁쓸했던 적이 많다. 그러나 현실에서 권리금으로 거래되는 시장 가격은 이에 비하여 매우 높은 수준으로 괴리가 크다. 권리금 감정평가를 하면서 수익가격과 시장가격과의 괴리에서 오는 간극을 어떻게 반영해야 좋을지 항상 고민이다. 시설투자비와는 별도로 권리금 또는 높은 임대료를 부담해야 하는데, 매출 올려야 남는 것은 자가노력비 정도이고, 운 나쁘게 임대인과 분쟁이 생기면 권리금은커녕 원상회복비용까지 부담해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내놓은 대책은 계약갱신청구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것을 내용으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는 것과 합리적인 퇴거 보상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사항은 합리적 퇴거 보상 방안이 탁상공론이 아니라 현실의 부동산 시장, 임대차시장에서부터 도출될 수 있도록 각 지방자치단체에 상가 임대료와 권리금에 대한 등록 제도를 두고, 임대료와 권리금 정보에 대하여 감정평가사가 상권별로 제대로 분석하여 적정한 권리금 또는 퇴거보상액 등을 산정할수 있도록, 더 나아가서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수익가치를 산정의 근거 자료로서 이를 공시가격 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감정원에서 매분기별로 권리금을 포함하여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정보를 조사 발표하고 있으나, 표본의 수, 조사 방법, 조사 내용에 있어서 매우 불투명하고, 한계가 크다. 전국을 대상으로 비숙련된 조사원이 홍보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법적인 강제 권한도 없이, 연락처도 모르는 임대인 또는 임차인을 아무 때나 찾아가서 짧은 시간에 제대로 된 정보를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현실적으로는 만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다보니 통계 결과도 현실성과 구체성이 떨어져서, 실제 감정평가에 활용도가 거의 없다시피하다. 한 블록만 차이가 나도 상권과 임대료가 천차만별인데, 시도별로 제공되는 평균 권리금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한국감정원 밥먹여주기 위한 무용지물 통계에 불과하다.
상업용 부동산은 여러 부동산 중에서도 숙련된 감정평가사의 경험과 분석을 요하는 가장 어려운 분야이다. 제대로 조사된 데이터가 있어야 정확한 분석과 결과 도출이 가능하다. 상가 임대료와 상가 권리금에 대하여 정당한 절차를 통하여 어떠한 정보도 취득할 권한이 없는 감정평가사가 무작위로 동네 부동산 몇군데에서 구두로 확인한 정보만으로 제대로 분석에 한계가 있다. 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고도의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으나, 아직도 부동산 정보는 매우 불투명하고 편협하고 후진적이다.
임대료, 권리금 부동산 정보의 수집과 투명한 관리, 적절한 제공은 현재 지역별, 가격대별, 소유자별, 용도별로 매우 불균형하게 산정되어 많은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공시가격의 현실화에도 많은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정확한 감정평가 위해 부동산 정보 투명하게 공개돼야15년간 감정평가사로서 활동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것이다. 감정평가사가 부동산 현실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도록, 부동산의 소유와 이용의 관계, 임대인과 임차인간 분쟁의 조정자로서, 투명하고 공평하게 부동산이라는 한정된 자원이 분배되어,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부동산 정보'라는 도구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초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부동산을 이용함으로 인하여 임차인이 부동산 가치에 기여한 부분에 대하여 합리적인 보상방안이 마련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판례 등으로 확립된다면, 억울한 임차인, 임대인이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사회적 합의, 제도의 정비를 통하여 궁중족발 건물주가 건물을 매입할 때부터 궁중족발에 대한 권리금 또는 퇴거보상액 등을 예측할 수 있었다면, 이러한 부분까지 사전에 고려하여 건물 투자 가격이 결정되었을 것이다. 임차인에 대한 권리금 또는 퇴거보상액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었다면 이 부분을 감안해서 건물 가격이 더 낮게 형성되지 않았을까. 건물주에게 온전히 귀속되었던 임차인의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여분이 임차인에게도 정당하게 돌아갈 수 있는 제도를 함께 고민해보아야 할 때다.
그래서 종국에는 부동산이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이용의 대상으로서, 생산수단으로의 원래의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부동산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소유하는 것이 부담이 되고, 불편하게 만들면 투자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희석된다. 이러한 방편 중 하나가 최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발표한 보유세나 종부세의 실효세율 강화, 공시가격의 현실화가 될 것이다. 과표가 되는 공시가격의 지역별, 용도별, 가격대별, 소유자별 불균형 문제를 바로잡고 주먹구구식 공시가격 산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초 데이터로서 정확하고 투명한 부동산 매매 정보, 임대료 정보의 관리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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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차 감정평가사가 들려주는 부동산 이야기입니다.
부동산으로 부자되는 법, 부동산 투자 정보는 없습니다.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계시는 많은 분들과 부동산을 매개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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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감정인이 본 궁중족발 사태, 답은 현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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