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코비치해변하이번 고개 오른 쪽으로 펼쳐진 해변이다. 바다 해변이 너무 아름답다. 파란 하늘과 구름 그리고 모래 사장이 조화를 이룬다.
문운주
"안 가면 후회하고 가 보면 더 후회한다..."
베트남 응우옌 왕국의 수도이자 청나라 자금성을 모방했다는 황궁에 대한 기대가 자못 컸다. 호이안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한 기념물과 유물을 확인하고 싶기도 했다. 내심 미케 비치 해변이나 호이안 보다 후에 성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여행은 누구와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가이드를 만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윤 부장은 멕시코인처럼 얼굴은 구리 빛이고 콧수염을 길렀다. 키는 작지만 다부지다. 아버지는 코리안이고 어머니는 강릉 사람이라는 그의 유머와 해박한 지식은 가히 천부적이다. 전설 같은 수백 년 전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쏟아내곤 했다.
단 하루 사이에 윤 부장에 세뇌(?) 되고 말았다. 과거와 현재를 분주히 오갔다. 그런 윤 부장의 "안 가면 후회하고 가 보면 더 후회한다"라는 말은 가뜩이나 기대를 걸고 있는 나에게 찬물을 끼얹는 거나 마찬가지다. '후에'에 가자는 말인지, 가지 말자는 말인지...
미아리 눈물 고개 님이 넘던 이별 고개
화약 연기 앞을 가려 눈 못 뜨고 헤매일 때
당신은 철사 줄로 두 손 꽁꽁 묶인 채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나의 즐거움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아픈 추억일 수도 있다. 하이번 고개는 여행자가 꼭 가봐야 할 50곳,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로 선정되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 당시 이들에게는 살기 위해 넘어야 하는 단장의 하이번 고개였다. 수많은 사람이 이 고개를 넘어 남으로 남으로 피난했다고 한다.
구불구불 비탈길 거슬러 해발 1100m, 짙푸른 하늘과 새하얀 구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길, 낯설지 않는 길이다. 애끓는 사연 알 수 없는 자동차 숨이 가쁘다. 윤 부장이 들려주는 '단장의 미아리고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차 안이 조용해졌다.
17일 오전 8시, 우리는 국도 1A 호선을 따라 다낭에서 130km 지점에 위치한 후에를 향해 출발했다. 후에는 자동차로 2시간 반 거리다. 국도 1A호선은 베트남을 길게 관통하는 2300 Km 교통로다. 하이번 터널이 뚫려 시간을 20여 분 단축할 수 있지만 고갯길로 가기로 했다. 터널은 일본 업체가 건설했다고.
해외에 나오면 항상 우리나라에 대한 고마움을 느낀다.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는 교통망, 하루가 다르게 지형이 바뀐다. 섬과 섬 사이를 잇는 다리는 하나의 작품이다. 산을 관통하는 길고 긴 터널... 모르긴 몰라도 다리, 터널, 도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후에는 베트남 중부에 위치한 도시로 응우옌 왕조의 수도였다. 19세기 응우옌은 프랑스의 식민통치를 받았다. 우리의 근대사와 너무나 비슷하다. 쇄국정책을 썼고 천주교를 탄압했다. 왕은 명목상에 불가했다. 마지막 왕국 응우옌, 그들이 남기고 간 흔적은 무엇일까. 역사의 현장에 들어섰다.
뚜득 황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