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9일 14대 총선을 통해 15년만에 다시 총리직에 오른 마하티르 모하마드의 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금된 445일: 1987~1989 잡초제거작전'의 저자 쿠아 키아 숭은 당시 총리와 내무부 장관을 겸직했던 마하티르의 승인 없이 경찰과 사법기관이 독단적으로 국가보안법 혐의자들을 구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해왔다.
이슬기
마하티르는 2017년 11월 1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억류자'라는 제목의 글(
http://chedet.cc/?p=2657)을 통해 "잡초제거 작전 과정에서 체포된 사람들에게 고문이 가해졌다는 사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법에 반하는 일이다"라며 "체포가 내 결정은 아니었지만 (나를 향한) 비난을 받아들인다"라고 밝혔다. 그가 글을 올린 날은 시민사회가 주최한 잡초제거 작전 30주년 기념 포럼이 열린 다음 날이다.
1987년 '잡초제거 작전'에 대해 마하티르는 자신이 체포를 명령한 적이 없고, 모함마드 하니프 오마르 당시 경찰총장(1974~1994)의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금된 445일: 1987~1989 잡초제거작전>의 저자 쿠아 키아 숭은 당시 총리와 내무부 장관을 겸직했던 마하티르의 승인 없이 경찰과 사법기관이 독단적으로 국가보안법 혐의자들을 구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해왔다.
말레이시아 인터넷뉴스매체 <말레이시아 투데이>(Malaysia Today)의 2017년 10월 16일 보도(
https://bit.ly/2xZ2h8V)에 따르면, 역시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체포·구금됐던 정치학자 찬드라 무자파르는 국가보안법과 고문 사실 등에 대한 마하티르의 성찰을 강조한다.
'마하티르가 사과를 하는가 안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가 권좌에 있을 때 한 일들을 스스로 돌아보는 것이다. 마하티르의 변화는 순전히 권력과 정치에 의한 것이며, 그의 목적은 나집 라작을 끌어내리는 것이다. 나에게는 그가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뭐든지 한다는 사실이 실망스럽다. 그에게는 결과가 과정을 정당화한다.'15년만에 다시 총리가 된 마하티르를 향해 피해자들은 국가보안법을 동원한 고문 등 과거 국가폭력에 대한 정부의 성찰과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파키스탄계 미국인 무나르 아니스 박사는 말레이시아 독립 인터넷 뉴스매체 <말레이시아키니>(Malaysiakini)에 게재한, 마하티르에 보내는 서한(
https://bit.ly/2JLIlLk)에서 '말레이시아가 진정 의미 있는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 과거의 모든 잘못을 돌아봐야만 한다. 나를 포함해 무고한 사람들을 고문해서 쌓은 민주주의는 전혀 민주주의가 아니다. 나와 우리 가족에게 정의를 달라'고 말한다. 아니스 박사는 안와 이브라힘 전 부총리의 연설 원고 작성자다. 1998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체포돼 심문과정에서 경찰의 고문 끝에 안와 이브라힘과의 동성애 관계를 강제 자백하고 풀려난 후 말레이시아를 떠났다.
1960년 의회를 통과하면서 도입됐던 국가보안법은 2012년 시민사회의 오랜 압박 끝에 폐지됐다. 곧바로 국가보안법을 대체하는 2012 안보위협특별조치법(Sosma)이 도입됐다. 말레이시아 인권단체들은 재판 없이 구금할 수 있는 기간이 60일에서 28일로 줄어들었을 뿐, 여전히 신체적·정신적 가혹행위를 동원한 심문을 용인하는 법이라고 비판해왔다. 새 정부의 내무부는 2012안보위협특별조치법, 2015테러방지법(Pota), 1959범죄예방법(Poca) 등 국가안보를 위해 마련됐지만 인권과 시민사회의 자유를 억압할 소지가 있는 보안법들을 검토하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여전히 인권은 억압받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변화를 보고 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