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에서 열린 제68주기 19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은 헌화와 분향을 한 뒤, 절을 하고 있는 희생자 유가족의 모습.
오마이뉴스 장재완
가장 먼저 유족대표로 인사말에 나선 김종현 (사)대전산내사건희생자 유족회장은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 아픈 상처는 덮는다고 잊히지 않는다. 옳지 않은 과거를 반복하지 않는 방법은 명백히 밝히는 것"이라며 "그렇기 위해 우리는 아직 못 다한 조사와 유해발굴, 위령시설 설치 등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과 기간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만들어 갈 새로운 역사는 더 이상 증오의 역사가 아닌 화해와 평화의 장이 될 것"이라며,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들의 명예회복이 되는 그날까지 끊임 없는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또한 추도사에 나선 이대식 대전민중의힘 상임대표는 "서로 총부리를 겨누었던 남과 북, 북과 미국이 남북정상회담으로, 북미정상회담으로 만나 평화와 화해와 번영을 말하고 있다"며 "이제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격랑을 이루며 흘러가는 평화와 통일의 강물이 여기 산내 골령골에도 세차게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혼들이 위로 받고 유가족들의 눈물이 씻어지고 국가폭력의 진정한 참회가 있기를 바란다. 야만의 역사 속에서도 소중한 민중의 역사를 삶으로 살아 오셨던 분들이 진실의 역사로 다시 부활하시길 바란다"며 "우리의 뿌리는 그 분들이며, 우리는 그 뿌리에서 나와 역사를 이어가는 민중들이다"라고 강조했다.
추도사에 이어서는 산내학살사건 희생자 유족인 신순란 시인과 전숙자 시인의 시낭송이 이어졌다. 신순란 시인은 '골령골아'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몇 번이나 더 올 수 있을까/ 아픈 상처 아물지 못한 채/ 그립고/ 그리워서/ 한 분 한 분/ 님 들 곁으로 떠나가네"라며 늙어가는 유족들의 마음을 노래했다.
또한 전숙자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에 봄이 오면'이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아버지 떠나실 때 강보에 쌓여 울던 어린 자식/ 머리에 하얀 서리 내리고/ 골령골 긴 무덤에 봄이 오면/ 붉은 피로 얼룩진 이 산하 골짜기에/ 쓰러져 가신 칠천 영혼들이시여"라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기도 했다.
또 이날 합동위령제에서는 먼저 가신 영혼과 남겨진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다양한 추모공연도 펼쳐졌다. 먼저 금비예술단 전연순 단장은 '진혼무' 공연을,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은 노래공연을, 마당극단 좋다는 추모극을 공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