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밀양의 한 캠핑장 화장실에 붙어 있던 톨스토이의 명언, 직장을 그만두고 여유를 찾으면서 제일 공감되는 말이다
강상오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혼자 집에서 일을 하다 작은 사무실을 마련하고 출퇴근한 지 몇 달이 지났다. 이제는 이 여유로운 생활에 익숙해져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온 직장생활을 다시는 못할 것만 같았다. 나의 하루는 아주 조용하고 여유롭다. 그 덕에 별로 스트레스도 받을 일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이전 직장 동료들을 만나 소주 한잔 할 때면, 여전히 그 안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스트레스 많이 받아 지친 동료들에게 맞장구 쳐주기가 어려워졌다.
평생을 일만 하고 살아온 나에게 난생 처음으로 찾아온 여유로움은 소소한 행복을 선물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외로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열아홉 어린 나이부터 사회생활 하느라 한창 친구들과 놀러다닐 나이에도 항상 바쁘게 지내며 친구들을 멀리했는데, 이제 여유가 생겨도 만날 친구들이 없었다.
직장을 다닐 때는 그 외로움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언제나 내 주변에는 함께 상사의 흉도 보고 회사의 시스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삶을 뒤로하고 혼자 세상에 나와 하고 싶은 일 하며 여유롭게 살겠다고 다짐한 순간부터 나는 철저히 외톨이가 되어갔다.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오후 7시면 집으로 돌아와 여유롭게 어머니와 함께 저녁을 먹고 TV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나이 마흔 넘어 낳은 늦둥이가 암에 걸려 죽을 위기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속상해하신 어머니인데, 그동안 나는 '일'밖에 모르고 사느라 항상 어머니는 뒷전이었다. 이제 직장을 그만두고 여유 있는 삶을 살면서 늦게나마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어머니와 함께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해온 나에게 깊숙하게 다가온 '외로움'은 가족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럴수록 나는 SNS를 통해 더 온라인 세상에 빠져들었다. 현실에서는 혼자였지만 온라인을 통해서는 '포장'된 나를 보여주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그러다 큰맘 먹고 창원에서 열린 한 '창업가 모임'에 나갔다. 거기에서 이전 직장에 아르바이트 하러왔던 대학생 친구가 이제 졸업하고 창업가가 됐다는 걸 알게 됐고 그 모임에서 만났다. 아는 얼굴 하나 믿고 꾸준히 하게 된 그 모임에서 나와 비슷한 여러 청년들을 만났다.
그 청년들 역시 나처럼 '비주류' 삶을 살고 있었고 지역에서 작은 1인 기업을 운영하며 자신의 앞날을 새롭게 그리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외로움'을 극복할 힘을 얻었고 서로에게 의지한 채 함께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사업한다는 사람들이 그냥 무작정 만나긴 그렇고 나름의 핑계를 만든 거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청년 4명이 모여 지역의 청년 창업가들을 소개하고 창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했다. 다행히 우리는 모두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있었고 그렇게 공통의 관심사인 '창업'을 주제로 편하게 제작할 수 있는 팟캐스트를 만들었다. 그 팟캐스트 녹음을 핑계로 우리는 2주에 한 번씩 꾸준히 만나 몇 시간씩 함께 떠들어댔다. 그렇게 우리는 '외로움'을 이겨내갔다.
패러디 동영상 만들다가 수익사업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