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입암<쌍계입암>은 겸재 정선의 그림으로, 서석지의 관문이자 외원에 해당하는 석문 일대를 그렸다.
김종길
이 그림은 지금의 경상북도 영양군 입암면 연당리에 있는 입암(立巖, 선바위)을 그린 진경(眞景)이다. 하늘로 솟구치다 못해 휘어져버린, 거칠 것 없는 입암의 기세와 그 아래를 흐르는 사나운 물살의 역동감에 압도당할 만한 그림이다. <영양현읍지>에는 쌍계입암이 '석문입암石門立岩'으로 표기되어 있다.
석문입암은 예로부터 빼어난 명승이었다. 일월산의 동쪽에서 흘러온 반변대천과 서쪽에서 흘러온 청기천 두 시내가 합수되는 곳에 자양산과 자금병의 두 석벽이 마주 서 있어 거대한 석문 형상을 하고 있다. 겸재가 이곳을 찾기 100여 년 전, 이 석문 일대를 거대한 별천지로 인식하고 임천정원을 조성한 이가 있었다. 대조원가(大造園家) 석문 정영방이었다.
그는 이 일대를 10여 년간 관찰한 끝에 석문에서 청기천을 따라 들어가면 나타나는 핵심 공간에 서석지라는 전무후무한 정원을 17년에 걸쳐 조성했다. 이후 이 임천정원은 양산보의 소쇄원, 윤선도의 부용동과 더불어 조선의 3대 민간 정원으로 세상에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