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그림
고래뱃속
이야기책에 나오는 할머니는 어느 날 자리에 눕습니다. 자리에 눕고 나서 더는 멧길에 오르지 못합니다. 그동안 할머니하고 함께 멧길을 오르던 젊은이(또는 아이)는 이제 혼자서 멧길을 오릅니다. 함께 멧길을 오를 적에는 할머니를 믿고 가면 되었으니 '이 길이 맞는지 안 맞는지' 더 깊이 살피지 않았습니다만, 막상 혼자 숲길을 헤치다 보니, 외려 낯설면서 힘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낯설면서 힘든 길에 예전에는 못 보거나 못 느낀 모습을 보거나 느낄 뿐 아니라, 젊은이(또는 아이) 나름대로 생각을 새로 키울 수 있습니다. 멧길을 오르고 나서 늘 할머니한테 찾아가서 새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이야기하지요.
아마 할머니도 어리거나 젊을 적에 곁에서 이끌어 주는 고운 어른이 있었겠지요. 고운 어른 곁에서 숲길을 익히고 멧길을 배우면서 삶길도 새삼스레 받아들였겠지요.
서둘러 배우지 않습니다. 높든 낮든 멧꼭대기까지 빨리 오르지 않습니다. 빨리 가르치거나 다그치듯 가르치지 않아요. 느긋하게 가르치고 차근차근 가르칩니다. <산으로 오르는 길>은 좀 느리게 배우는 아이들한테 '빠르기는 대수롭지 않단다. 둘레를 살피면서 기쁘게 받아들이고 넉넉히 헤아릴 줄 알면 돼' 같은 마음을 밝혀 주지 싶어요.
오늘은 노래하면서 걷습니다. 이튿날은 춤추면서 걷습니다. 이다음에는 목 좋은 데에서 도시락을 먹으면서 쉽니다. 이렇게 두고두고 찬찬히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어느 날 비로소 꼭대기까지 오릅니다. 차근차근 가르치고 배우는 사이인 줄, 즐겁게 나누며 함께하는 사이인 줄, 어른하고 아이는 서로 아끼는 사이인 줄 다시금 되새깁니다.
산으로 오르는 길
마리안느 뒤비크 지음, 임나무 옮김,
고래뱃속(아지북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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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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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배우지 않습니다, 빨리 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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