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교고등학교 학생들이 임시보호중인 길고양이 호식이를 살펴 보고 있다.
이재환
대한민국의 입시지옥은 변하지 않고 여전히 '윤회' 중이다. 이런 가운데 충남 예산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작지만 소중한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입시에 시달리고 있는 학생들이 잠시 여유를 갖고 다른 생명에게도 눈을 돌려 따뜻한 사랑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삽교고등학교 학생들은 지난달 30일. 교내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기 위해 찬반 투표까지 벌이며 선생님들을 설득했다. 투표결과도 '급식소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길에서 태어났지만 길고양이도 우리의 이웃'이라는 게 학생들의 생각이다. 결국 지난 14일 삽교고에는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됐다.
임자영 삽교고 교사는 "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훼손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길고양이들은 생존을 위해 그렇게 한다"며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나눠 주면 쓰레기봉투를 뜯는 일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이 적극 나서 선생님들을 설득했고 결국 학교에 급식소가 설치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삽교고등학교 방송실에서 생명사랑 동아리 학생들을 만났다. 동아리 학생들의 상당수는 수의학과나 간호학과 등을 지망한다고 했다. 동아리 학생들은 틈틈이 유기견 보호소와 인근 대학에서 운영 중인 야생동물 구조센터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이 길고양이에게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다리를 다치거나, 아픈 고양이들이 꾸준히 학교에 찾아왔기 때문이다. 손지혜(3학년) 학생은 "2년 전부터 상처를 입은 고양이들이 학교를 찾아오기 시작했다"며 "그때마다 고양이들을 돌봤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요즘은 학생들끼리 순번을 정해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사료 값을 어떻게 충당하고 있을까. 현재는 학생들이 내는 회비와 선생님들의 후원금으로 급식소를 운영 중이다. 운도 따랐다. 지난달에는 한 동물보호단체에서 주최한 콘테스트에 사연을 올려 당첨이 되기도 했다. 물론 당첨금은 길고양이들을 위해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