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가 끝나고 실상을 드러낸 나무기둥들은 대부분 저 상태로 과연 집을 지탱할 수나 있을까, 걱정되는 수준이었다.
황우섭
오래된 벽체와 지붕의 흙을 다 걷어내고 나니, 이 집의 뼈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른바 철거가 끝났다. 나는 좀 허무했다. 다 비우고 난 집에 새로운 역사를 시작할 타이밍이 드디어 시작된 셈인데, 구체적인 형상이 없는 집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이 집의 못 하나, 돌 하나까지 모두 다 내 손 안에 넣고,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가고 싶었는데, 막상 다 들어내고 나니, 뭔가 무력감 같은 게 느껴졌다. 내 집이고, 다들 내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내가 오케이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도 그랬다.
"뭘 알아야 면장을 하지."어릴 때 부모님께 숱하게 들었던 말이다. 주로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를 설명할 때 하시던 말씀이었는데, 그 말이 왜 이 철거 끝난 집 마당에서 떠올랐을까. 이제 정말 본격적으로 뭔가 시작이 되는데, 나는 아는 것도 없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런 나와는 달리 현장은 매우, 매우 활기차게 돌아갔다. 때는 바야흐로 목공사의 타이밍이었다. 보통 우리집 정도의 규모는 서너 명으로 한 팀을 이룬 목수분들이 와서 공사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집은 두 팀이 와서 일을 했다.
좁은 집에 일고여덟 명이 와서 일을 하시니, 현장에 가도 내가 서 있을 곳이 없었다. 서울시 지원 관련 심사를 받느라 애초에 잡았던 일정이 늦어진 것을 앞당기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목수님이 집에 공을 더 들이시겠다고 무리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좁은 현장에서 나는 존재 자체가 민폐였다.
아직 해가 중천인데 일을 끝내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