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역 장애인리프트 추락참사, 서울시 사과 요구14일 오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신길역 리프트 사망사고에 대한 서울교통공사의 사과를 촉구하며, 지하철 1호선 신길역에서 서울시청역까지 열차에 줄지어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시위를 벌였다.
권우성
이들이 힘겹게 지하철 승하차를 반복한 것은 '신길역 리프트 추락사'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하기 위함이다. 고 한아무개씨는 지난해 10월 20일 신길역 1호선에서 5호선으로 환승하려다 계단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신길역 환승 구간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5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반드시 리프트를 이용해야 한다. 리프트 이용을 위해 한씨는 호출버튼을 누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5호선으로 가는 방향 기준에서 호출 버튼은 왼손으로 누르기 쉽게 돼있었는데, 그의 왼팔은 운동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는 오른손으로 누르려고 휠체어를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해야 했다. 그러다가 한씨는 호출버튼을 누르지 못 한 채, 절벽 같은 계단 아래로 추락했다. 혼수상태에 빠진 그는 결국 올해 1월 사망했다.
차별철폐연대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등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고인이 휠체어리프트에 타서 사고가 난 것이 아닌 호출버튼을 누르려다가 일어난 사고여서, 리프트 운영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대응에 분노한 차별철폐연대는 지난 5월 사고와 관련된 선전전과 추모제, 1박2일 농성 투쟁 등을 진행했다.
차별철폐연대는 "서울교통공사,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와 면담을 진행했지만 도의적으로는 유감이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하면서도 법적, 사회적 책임은 없다고 했다"라며 "서울교통공사 사장과 도시교통본부 본부장의 사과와 면담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차별철폐연대 관계자는 "공사는 이 사고의 책임이 리프트 작동을 제대로 못 한 장애인 탓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라며 "(책임자들은) 사과해야 한다"라고 이날 지하철 연착 투쟁의 의도를 설명했다.
차별철폐연대 "박원순 시장은 장애인 이동권 약속을 지켜라"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한 뒤, 이들은 낮 12시 30분쯤 서울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어제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가 당선 인사에서 '누구의 삶도 배제하지 않겠다'라고 했다"라며 "우리 모두 서울 시민이다. 정당한 권리를 가지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살인기계 리프트 당장 철거하라", "더이상 죽고 싶지 않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라고 외쳤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추아무개씨는 리프트가 살인기계라고 강조했다. 추씨는 "리프트가 보는 것 이상으로 타면 굉장히 무섭다"라며 "덜컹덜컹 거리면서 움직이니까 엄청 불안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타는 것이다"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1년 8월 "지하철 환승구간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는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정당한 편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엘리베이터 등을 설치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도 "우리가 그동안 시설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제대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며 "이동권은 밥먹고 잠을 자는 것처럼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소장은 "지난 2015년 박원순 서울시장은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을 통해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서울교통공사로 통합)가 관리하고 운영하는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라고 약속했다"라며 "그 약속을 지켜라"라고 말했다.
박경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나와 책임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할 때까지 지하철 탈 것이다"라고 외쳤다. 박 공동대표는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가 취임한 뒤 맞는 첫 월요일인 7월 2일에 또 지하철을 탈 것이다"라며 "책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박 시장이 공개 사과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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