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5일 오전 시민과 학생들이 궁중족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행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은솔
문재인 정부도 앞서와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2017년 7월 16일 상가임대차계약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발표하였으나 이렇게만 해서는 10년이 지난 후 지금과 똑같은 문제가 또다시 발생한다. 따라서 마주한 문제의 본질적 성격을 고려해 합리적인 해결 대안을 찾아야 한다.
첫째, 상가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함과 더불어 만 10년이 된 해 당사자간 합의로 계약 갱신을 하는 경우 다시 5년 (또는 10년) 주기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이 새로 부여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때 각 주기에서 계약 갱신이 안될 경우 임대차는 종료된다. 따라서 이때에는 현행과 마찬가지로 신구 임차인간 권리금 수수 방식으로 임차인의 퇴거를 위한 자금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만, 임대인의 불합리한 방해를 막기 위해 임차인의 비용으로 임차인이 지자체의 장에 의뢰하여 지자체의 장이 지정한 감정인에 의해 비워줄 가게의 임대료 시세 감정을 받도록 하고, 만약 임료 감정액보다 임대인이 더 높게 임대료를 제시하여 종전 임차인이 데려온 신규 임차인 후보를 퇴짜를 놓는 일은 권리금 수수 방해 행위로 규정하여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한다면 임대인으로서는 종전 임차인에게 과도한 임대료 인상안을 제시할 유인이 줄어들 것이다. 이런 방식 외에도 일본과 같이 임대차 계약기간을 두지 않고 법률에 정한, 일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일본 방식은 정당한 해지 사유에 대한 법원의 심리 부담이 크고 법원이 임대차 분쟁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후술하는 영국과 유사하게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을 제한하지 않는 방식이 있다(뒤에서 살펴본다).
둘째, 현행 계약갱신 거절 제도의 흠결을 보완하여 재건축이나 철거로 인해 상가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을 거절할 경우 임차인에게 퇴거료를 보상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임대인과 임차 상인간에 극단적 분쟁이 발생하기 쉽다.
외국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영국의 1954년 임대차법(Landlord and Tenant Act 1954)을 살펴보자. 영국에서는 상업임대차의 임대차기간이 정해져 있더라도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한다. 다만 임대인에게도 임차인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그리고 특히 임차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몇가지 예외적인 경우(예: 재건축, 임대인의 자기 사용 등)에도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수 있게 한다. 다만 이런 경우 임대인은 상가건물의 과세표준의 1배(= 목적물의 연간가치 = 연간 임대수익, 단 임대차 기간이 14년 이상인 경우 과세표준의 2배)를 임차인에게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과 비교하면 영국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 가능 기간에 제한이 없고 재건축 등 임차인에게 귀책사유 없는 갱신 거절에 대해 퇴거료 보상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영국 보상 기준은 입법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든 보상 기준으로 보이기 때문에 보상 기준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일본도 "정당한 해지 사유"와 관련한 법원의 판례를 통해 이런 사례에서 일정한 퇴거료를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즉 장기 임대차를 보장하는 제도를 확립하려면 재건축이나 철거 등으로 인한 임대인의 갱신 거절을 허용하되 퇴거보상 제도를 제대로 보완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재건축이나 철거로 인한 계약 갱신 거절과 관련해 퇴거 보상금 제도를 도입할 경우 보상 방법은 1) 상가의 영업가치 및 이전에 필요한 비용의 합산액과 2) 권리금이 있는 상가의 경우 권리금 평가액수 중 더 큰 금액을 보상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