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59년만에 친모와 재회한 김수자씨
김수자
- 지금도 친부모를 찾고 있는 입양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나는 입양인들이 '절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죽는 순간까지 친부모를 찾으라'고 권유하고 싶다. 그러나 친부모를 간난신고 끝에 설사 찾아도 우리는 그 후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찾은 친부모가 나를 만나고 싶어할지, 아니면 말 못 할 사정으로 날 만나는 걸 꺼려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 결과를 겸허하고 차분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친부모가 나를 만나기를 거부해도, 그들의 결정을 존중해줘야 한다.그럼에도 친부모 찾기를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 친부모를 찾기 위한 노력은 눈덩이가 쌓이는 것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쉬워진다.
특히 DNA 조사는 큰 도움이 된다. 나의 경우, 그동안 친모가 한국에 계시는 줄만 알고 지난 몇십 년간 한국에서 친모를 한국 이름으로 수소문했다. 그러나 최근에야 친모가 미국에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국에서도 수소문했고 그래서 결국 극적 상봉도 할 수 있었다. 친모가 그동안 미국에서 내가 모르는 미국 이름으로 살아서, 미국에서의 DNA 조사가 없었다면 친모 찾기가 아예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또 친부모 찾기를 삶의 목표보다는 삶의 과정으로 생각하길 권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친부모를 찾는 여정에서 나는 아주 많은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분들의 삶의 모습은 내 삶에 많은 자양분이 됐다.
나는 지금도 7년 전 '뿌리의집'에서 기자님(인터뷰어)을 처음 만났던 보석 같은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당시 나는 해외입양인들이 친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노력하는 기자님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소중한 추억과 기억들이 친부모를 찾는 과정에서 큰 힘과 용기가 된다.
특히 당시 기자님은 당신의 혼혈 자녀들이 한국에서 겪은 가슴 아픈 '왕따'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런 일화도 내가 혼혈아로서 한국에서 겪은 뿌리 깊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래서 내게 그런 힘과 용기를 준 기자님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싱글맘에 대한 차별 없애야"- 한국에서 DNA 검사로 친부모를 찾을 때 비영리단체 '325갈마'(http://325kamra.org/)에서 도움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정부는 친부모 찾기에 별로 도움을 못 준 것으로 들었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해외입양인들이 친부모를 찾고자 할 때 어떤 도움이 절실하다고 보는가. "한국 정부는 입양인들이 친부모를 찾고자 할 때 무료로 DNA 검사를 해줘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입양 보낸 친모들에게 입양 보내진 아이들이 그후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줘야 한다.
아울러 해외입양인들이 이중국적을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또 싱글맘에 대한 차별을 없애 생활고로 자녀를 입양 보낸 싱글맘들이 나중에라도 친자녀를 찾고자 할때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DNA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미국 정부는 한국에서 근무한 미군 중 한국 여성을 통해 자녀를 낳은 미국 아빠들에 대한 DNA 검사를 무료로 하게 해주고, 그 자료를 입양인들이 요청할 때 제공해줘야 한다."
- 해외입양인으로 살면서 가장 슬프고 어려운 순간은 언제였나."31년 전 내가 처음 친부모를 찾고자 했을 때 별로 도움을 요청 할 곳이 없어서 아주 슬프고 힘들었다. 또 친부모들이 아이들을 입양 보내고 결혼해 새 인생을 살면서 훗날 입양 보내진 아이들이 돌아와 친부모를 찾을 때 두려워서 피한다는 다른 입양인들의 사연을 듣고 너무 슬펐다(관련 기사 :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사랑해요... 아빠").
지금 70대 이상의 한국인들은 한국전쟁 후 생활고나 사회적 차별로 많은 여성들이 자녀 양육을 포기하고 해외입양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비극을 알고 있지 않나. 그럼 이제라도 그런 비극에 찬 삶을 평생 살았던 어머니들을 위로하고, 그들이 친자녀를 찾을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포용해주는 한국이 돼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나를 찾기 위해 큰 용기를 내준 내 친어머니가 너무 자랑스럽다."
- 향후 친모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건강 등 사정이 허락하는 한 엄마를 자주 만나고 싶다. 그러나 계획은 어떤 면에서는 참 무의미하다. 친부를 난생처음 만나기로 했지만, 갑자기 돌아가시지 않았나. 그래서 나는 엄마와 내가 살아있고,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가능한 자주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한다.
그리고 우리가 만나서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고... 세상에 가족보다 소중한 것이 없지 않은가? 늦게나마 엄마를 만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많은 분들과 하느님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린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공유하기
60년 가까운 세월... "드디어 친어머니 만났어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