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노무현이라는 사람>
수오서재
지난해 개봉했던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인간 노무현의 모습을 조명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185만 관객을 동원하며 영화 흥행면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2002년 민주당의 경선 과정에서 노무현을 도왔던 수많은 사람의 인터뷰는 일반인들이 미처 알지 못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110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수많은 인터뷰를 편집해 놓은 탓에 다양한 뒷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했다. 이에 아쉬움을 느낀 이창재 감독이 영화에 담지 못했던 노무현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지난 5월 23일 고 노무현 대통령 9주기에 맞춰 출간된 <노무현이라는 사람>(수오서재)이 그것이다. 부제가 '영화 <노무현입니다> 원작'이듯 다큐멘터리 영화에 미처 담지 못한 내밀한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명분과 실리가 비슷할 때는 언제나 명분책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노무현의 인간미와 진정성, 정의, 시민의식, 가치, 책임감, 리더십 등을 주제로, 가까웠던 사람들이 옆에서 본 노무현의 모습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원칙 결벽증'이 있었던 원칙주의자 노무현의 모습에서 바보 소리를 들었던 이유를 알 수 있게 된다. 명분과 실리가 충돌할 때 노무현의 선택은 최대한 명분이었다. 노무현을 겪었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했던 노무현의 말은 이랬다.
"명분과 실리가 5:5나 4:6의 비율이면 길게 봐서 명분을 잡는 게 이익이다. 큰 틀에서 보면 그 손해는 결국 이익이다. 누구에게서 이익을 구하는 것보다 자신이 그 이익을 건네줌으로서 얻는 게 많다. 명분과 가치, 목적이 있다면 목적을 버리고 명분과 가치를 선택하는 게 옳다. 눈 앞의 이익은 금방 사라진다. 큰 틀에서 볼 때 그게 옳다."
정치적 이익만을 챙기려는 세태에서 노무현의 선택은 다른 것이었다. 당선이 편한 서울 종로에서 사지인 부산으로 내려간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가 불리하다는 전망에도 2002년 대선에 뛰어든 것도 명분 없이 출마한 당시 이인제 후보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 1997년 경선에서 지고도 출마한 원칙 없는 정치인을 용납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노무현은 자신에게 많이 불리한 조건이었던 정몽준과 단일화 방법을 그대로 수용했다. 노무현의 사이버 보좌관 역할을 했던 부산의 황의완씨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면 어쩌려고 그걸 받으셨어요. 도대체 무슨 생각이셨어요? 하고 물으니 웃으면서 말씀하시더라고요. 후보 단일화에서 내가 질 수도 있는 거지.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내가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하면 그게 무슨 후보 단일화야. 후보 단일화를 하면 내가 질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하고 가야지"
노무현은 무한 낙관주의자였고 정치적으로 고수나 하수가 아닌 '무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노무현이 수를 쓰는지는 정치 고수들도 알 수 없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은 그는 역사의 진보를 긍정하고 있었다. 당시 여론조사 경선 승리 소식을 측근에게 전해들은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져서 말이야. 패배한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는 것도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될낀데, 이겨서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패배자가 어떻게 승복하고 돕는지 보여주는 게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꼭 필요한 모습 아이가."
이런 노무현을 마지막 순간까지 옆에서 보좌했던 정치인 김경수는 '마지막 비서관'이란 이름표를 평생 가슴에 묻어둔 이름으로 여긴다고 했다. 그래서 노무현이 만들고자 했다는 '사람사는 세상'을 숙제라 생각하고 풀어가겠다면서 이 시기 해결해야 할 과제를 푸는 정치인이 되는 게 마지막 비서관이라는 이름을 자랑스럽게 간직하는 길이라고 다짐한다.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국정에 전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