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최욱철 후보(위)는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기 위해 '대통령이 부른 사람'이라는 주장을 강조하고 있고, 자유한국당 김한근 후보는 당 홍보 현수막에서 상징색인 빨간색을 뺐다.
김남권
이번 6.13지방선거 구도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보수와 진보 진영 지지율 차이가 큰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보수 진영의 불리한 처지를 비유한 말이다. 여기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정제되지 못한 표현은 '막말' 논란을 키우며 운동장의 기울기를 더욱 가속화 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일부 후보들은 당 대표의 막말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홍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부하는가 하면 공개적으로 당론과는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등 강력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당 내 이런 지적에도 홍 대표는 마이웨이를 고수해 왔다. 하지만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선거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을 감지한 홍 대표는 결국 '막말'에 대해 사과하며 읍소했다.
홍 대표는 지난 10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총력 유세전에서 "어제 제가 부산에 가서 우리가 잘못했다고 국민 앞에 백배 사죄했다"며 "저 개인 문제, 막말에 대해서도 사과한다. 우리 다시 한 번 잘 해 볼 테니 좀 봐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9일 부산을 찾은 홍 대표가 '막말'에 대해 사과하며 큰 절을 세 번 한 것을 언급한 것. 또 지난 10일에는 홍 대표가 대구 지원유세를 계획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이는 지역 후보들이 홍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홍 대표의 신중하지 못한 발언들은 자유한국당 소속 지역 출마자들에게 직격탄으로 돌아갔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소속 일부 후보들은 유권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우리가 현장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뭔가 만들어 놓으면, 위에서 말 한마디로 한방에 까먹고 해서 속상하다"면서 일일이 이해를 구하고 다니는 것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상황이 이쯤되자 자유한국당 소속 후보들은 지역마다 '인물론'을 강조하며 각자도생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려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이와는 정반대다. '인물론'보다는 지지율이 높은 정당과 문재인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자신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이른바 '대통령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이런 현상은 마치 과거 2010년과 2014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전은요?'로 대표되는 '박근혜 마케팅'을 연상케 한다. 당시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소속 후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기 위해 자신과 함께 찍은 사진을 현수막에 넣어 홍보에 활용했다.
민주당 최욱철 '대통령 마케팅' vs 한국당 김한근 당 색 지우고 '인물론'
이런 현상은 강릉시장 선거에서 두 정당 후보들의 선거 전략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번 강릉시장 선거에는 2명의 무소속 후보를 포함해 모두 4명의 후보들이 출마했다. 이 중 더불어민주당 최욱철(65) 후보와, 자유한국당 김한근(55) 후보의 선거 전략이 과거 선거와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두 정당의 현 정치 상황을 잘 표현해 주는 사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최욱철 후보는 과거 새누리당 후보들처럼 정당과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반면, 자유한국당 김한근 후보는 과거 민주당 후보들처럼 정당 이미지를 최소화 시키면서 후보의 인물론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