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문검색 강화된 '김정은 숙소'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인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 앞에서 경찰이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
유성호
오후 12시 반 경 왼쪽 가슴에 김일성-김정일 뱃지를 달고 오른쪽엔 붉고 동그란 뱃지를 단 북측 관계자들이 호텔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들은 호텔 정문 앞 도로 양쪽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김 위원장의 동선을 미리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한 북측 관계자는 <오마이뉴스> 기자가 "수고가 많으십니다. 남측 기자입니다"라고 인사하자 환한 웃음으로 답하며 목례했다. 곧바로 고개를 돌리고 레지스 호텔 건너편 도로의 차량 통행 상황을 유심히 살피면서 업무에 전념하던 이 관계자는 길 건너편 책임자와 뭔가 수신호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 같더니 곧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다가왔다.
그는 "카메라가 이쪽으로도 비춰집니까?"라고 물었다. '저쪽에 있는 취재진들이 김정은 위원장이 이동하는 모습을 찍을 수 있는 각도가 나오느냐'는 물음이었다. 사실 주요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에서는 김 위원장이 호텔 앞에서 차량을 내리는 모습을 찍을 수 있는 각도는 나오지 않았다. 기자의 설명을 들은 이 관계자는 다시 책임자와 의견을 나눴다.
취재진의 카메라에 찍히는 걸 원해서 물어본 건지 그 반대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김 위원장의 동선에 대한 언론 취재 가능 여부를 카메라 각도까지 생각하면서 미리 챙기는 모습이었다.
큰 도로에 인접한 김정은 위원장의 숙소와는 다르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은 주요 도로와는 거리가 있다. 호텔 주변 경비는 그다지 삼엄한 편은 아니고 호텔 투숙객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경비인력의 규모는 컸다. 싱가포르 경비회사 인력 100여명이 근무를 교대하는 모습, 갈색 베레모의 구르카 경호대 수십명이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호텔 입구에는 싱가포르 국기와 미국 국기가 내걸려 이 곳이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라는 점을 웅변했다. 호텔 앞 주차장에는 뒷유리에 백악관 마크를 붙인 회담 대표단 미니버스 수십대가 세워져 있어 초강대국의 위용을 느끼게 했다.
한편 9~14일 특별행사구역 내 호텔 주변에 정류하는 버스들은 코스를 변경해 운행하고 있다. 호텔 주변 정류소에는 아예 정차를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