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7억 공사비를 삼킨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의 전시관. 이 거대한 건물은 지금 비어 있다.
장호철
남북정상회담에 이어지는 북미회담이 모든 정치적 의제를 집어삼켰다곤 하지만, 일주일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는 시나브로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예상을 뒤집는 대구 경북에서의 정당별 지지도 추이에 유권자들은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실감한다.
그러나 6월 13일 투표는 예정대로 시행될 것이고 다음날이 밝기 전에 당락도 판가름 날 것이다. 어느 당의 누가 당선하든 7월 1일부터 이들의 임기가 시작되면서 지방자치의 상당 부분은 이들의 손에서 결정되고 집행될 것이다.
파행의 박정희 기념사업, 뒷 설거지는 신임 단체장의 몫새삼스레 지방선거 이후를 원론적으로 짚어보는 것은 새로 지방행정을 맡게 되는 이들에 의해서 전임자들이 남긴 사업이 어떻게든 마무리되고 정리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전임자가 남긴 알토란 같은 결과를 누리고 또 어떤 이는 전임자가 남긴 골칫덩어리 유산을 꼼짝없이 상속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오후 늦게 구미참여연대 황대철 집행위원장과 함께 구미시 상모동의 이른바 '박정희 타운'을 찾은 것은 선거 이후 이 골칫덩어리 사업이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해서였다. 지난 2년여 동안 구미참여연대(아래 참여연대)는 구미시에서 벌이는 '박정희 사업'에 대해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였다.
박정희 탄생 100주년을 전후하여 경상북도와 구미시에서 벌인 '박정희 기념사업'은 예산만도 1천억 원이 넘는 대형 사업이었다. 참여연대는 국비와 도비의 지원을 받긴 했지만, 구미시에서도 엄청난 예산을 들인 이 사업을 구미시장의 정치적 이해를 위한 이른바 '박정희 마케팅'으로 규정한 바 있었다.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에 이어 전직 대통령의 유품을 전시할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을 건립하겠다는 구미시의 계획은 이 박정희 마케팅의 절정이었다. 시민들의 행복과 민생을 위한 투자를 외면한 채 '죽은 자를 제사 지내기 위해' 1천억 이상의 세금을 쏟아부음으로써 구미시는 '박정희 대통령 연구의 중심도시', '새마을 종주(宗主) 도시'를 표방하려 한 것이었다.
참여연대는 구미의 다른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이 사업의 백지화를 요구하는 시위와 서명운동 등을 펼쳐 왔다. 그것은 이 사업이 시민들의 삶과 무관한 시장 개인의 정치적 이해를 도모한 사업일 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관련 기사 :
박정희 재떨이 모시는 200억짜리 자료관이라니… )
박정희 기념사업을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키워온 책임의 한복판에 남유진 시장이 있다. 지방선거 4회(2006)부터 6회(2014)까지 구미시장을 3회 연임한 남 시장은 올 1월 25일, 7회 지방선거에 도지사로 출마하고자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남 시장의 박정희 기념사업에 힘을 보탠 이로는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있다. 1회(1995), 2회(1998), 3회(2002) 지방선거를 통해 구미시장을 3회 연임한 김 시장은 이후 4~6회 지방선거로 경북도지사로 뽑혀 3선을 채우고 올 6월 30일 퇴임한다.
이명박(2008~2012)·박근혜 전 대통령(2013~2017) 재임 시기에 각각 구미시장과 경북도지사로 재직한 이들은 박정희 기념사업의 주요한 결정 당사자였다. 그리고 이 기념사업에 대한 적지 않은 국비 지원이 가능했던 것은 이명박·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불행하게도 두 전임 대통령은 지금 감옥에 있다. 선거 뒤 6월 30일부로 김관용 지사가 퇴임하면 이 사업의 주요 당사자들은 모두 전임자로 실질적 책임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여 새로 구미시장이나 경북도지사가 되는 이가 이들 사업을 떠맡아 마무리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