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교수는 비핵화 초기에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무기의 폐기 혹은 반출 방식, 또 그 수량에 대한 정상 간 합의 정도가 남았다고 봤다.
유성호
-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도 그 실행과정에서 '디테일의 악마'가 언제든지 튀어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가 잘 봐야 하는 게 이건 핵 문제라 북한·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엄청난 관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한반도 프로세스에서는 일부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체제보장이나 비핵화 같은 건 북한과 미국이 기본적으로 합의하고 나면, 이후엔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이를 기정사실화 시켜야 한다고 본다. 한국이 일본과 중국을 끌어당겨서 가속화하는 거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두 번째로 정상회담을 했을 때, 김정은 쪽에서 '내가 이렇게 (핵을) 포기해도 살 수 있을까'라는 식으로 물어봤을 거라고 본다. 북한은 보증인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은 북미 양쪽의 보증인이 될 수 있다. 미국 쪽에는 한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보증을 서는 거고, 북한 쪽에는 한국이 미국의 체제보장을 보증해주는 거고.
결국 속도전이다. 최소 2년이다, 2년. 이 과정을 좌초시키려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빨리빨리 진행해야 한다. 평화협정을 중간에 하고. 원래는 비핵화 2년 기간 중 1년 되는 시점에 사찰·검증이 완성되면, 미국은 제재를 해제해주는 구도였던 걸로 안다. 이게 전체적으로 앞당겨지고 있다. 사찰·검증 완료를 3개월로 앞당기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북한이 난색을 보였다고 들었다. 트럼프가 북미회담 여러 번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이거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차로 방북(5월 9일) 한 뒤 '미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제거할 기회를 얻었다'라고 한 건 초기에 ICBM을 처리하는 문제에 진전이 있었다고 얘기한 것 같다. 그 뒤 발언들을 보면 상당 부분 북한의 양보를 전제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한 번에 (합의가) 안 될 것을 대비해 회담을 두세 차례 할 수도 있다고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공동선언문은 상당히 세부적으로 나올 듯한데…. 잘 되면 (구체적인 통일 로드맵을 담았던) 2007년 10.4 선언처럼 되는 거고, 안돼도 (상징적이고 선언적인) 2000년 6.15 선언 때처럼은 나오지 않을까. 6.15 선언만큼만 나와도 평타 이상은 한 거다."
-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다음날 이어서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50대 50. 가능성은 반반으로 본다. 지금은 철저하게 북미정상회담 결과만 기다리는 거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누가 끼어드는 것을 싫어하잖나."
- 미국의 전략폭격기나 스텔스전투기 등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들어오는 걸 북한은 굉장히 예민하게 생각한다. 남북고위급회담 무기한 연기의 이유가 되기도 했는데, 이번 북미 합의문에 이 부분도 포함될 수 있을까. "북한으로서는 당연히 예민한 문제다. 북한의 방공능력이 뛰어나지 않아서 레이더로 잡기 힘든 F-22 같은 전투기가 뜨면 평양까지 바로 올 수 있는 위협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북한으로선 향후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는 없다는 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 이번 회담 결과물에 그런 합의가 담긴다면, 그 말은 북한이 초기에 내놔야 하는 것도 많아진다는 얘기가 된다. 현재 관련해 북미 간 논의는 하고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결과물에 담길지는 또 다른 문제다."
"북한의 양보로 회담 결과 좋으면 미국 의회 비준도 해볼만"- 트럼프 대통령은 '6.12 회담은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비관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바뀌어도 합의 이행을 할 수 있을까. "결국 속도와 시기가 중요하다. 2년 안에 진행하면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셋 중에 리더십과 임기가 가장 불안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래서 볼턴(백악관 NSC보좌관)이나 펜스(부통령)가 중간에서 흔드는 거다. 실제로 북한도 이를 걱정하더라. 지난 3월 헬싱키에서 남북미 1.5트랙 회담이 있었잖나. 그곳에서 북한 사람을 만났는데, 남한과 미국의 정부가 교체되는 문제에 대해 불안감을 표시했다.
북한도 CVID를 빨리 진행하고 싶어 한다. 다만 북한이 단계론을 말하는 건 미국도 좀 북한에 조치를 하라는 뜻이다. 9.19 합의처럼 '행동 대 행동'을 1 대 1로 바꾸는 '단계적 조치'와는 다르다. 김정은 위원장이 말한 '단계적', '동시적'이라는 말은 북이 두세 걸음 가면 미국도 가고 이러자는 건데, 북이 몇 걸음 먼저 가는데 분명히 미국도 같이 가기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고받는 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하면서 미국에 뭐 요구한 게 있었나. 없었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전략적 목표가 같다. 2년 안에 비핵화를 이행해야 한다. 전체 구도를 2년에 맞춰서 생각하면, 초기에는 북한이 양보할 게 많다. 미국은 북에 대한 불신이 강하니까. 그에 비해 미국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그래서 종전선언, 불가침 선언 얘기가 나오는 거다. 이게 미국이 줄 수 있는 거니까. 언제까지 대북제재 해제해주겠다 같은 걸 약속할 거다. 전체 틀은 폼페이오가 2차 방북해 김정은과 만났을 때 어느 정도 정리됐다고 본다."
- 존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건 북미회담을 방해하려는 의도적 시도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내에서도 북미회담의 실패를 바라는 이들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밀고 나갈 수 있을까. "그게 제일 관건이다. 트럼프에게 모든 걸 맡기게 되면 내부적으로 얼마나 비판이 많겠나. 앞서 <뉴욕타임스>가 4.27 판문점 선언이 나온 뒤 '선언은 멋지지만, 구체성은 부족하다'고 평했는데, 아마 이번 회담에 대해서도 이런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무엇보다 북핵문제가 불거진 뒤 25년간 비핵화 타임라인이 나온 적이 없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실제 비핵화 관련한 타임라인, 시간표가 나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 내 의회 비준도 가능할 거 같나."트럼프는 북이 많은 것을 양보해야만 의회를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할 거다. 지난 25년간 북미 관계의 결과로 미국에서 북에 대한 신뢰도는 0이 아니라 마이너스다. 게다가 미국에서도 트럼프를 믿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회담 결과가 좋다면, 지금 미국의 경제 상황이 좋고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원의원(공화당 51, 민주당 49석) 교체 대상(100석 중 35석)은 공화당(9석)보다 민주당(26석)이 많아서 공화당에 유리하다. 하원은 다수당이 바뀔 위험성이 있지만 상당히 근소한 차이로 본다. 그렇다면 해볼만 하지 않을까."
"북미관계 좋아지면 우리도 균형외교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