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박 피해 이어 낙과까지... 사과농사 포기하고 싶다"

사과 낙과 피해 농민들 울상... "보험은 들었지만 냉해 입증 못해 보험금도 못받을 판"

등록 2018.06.07 15:59수정 2018.06.0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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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 농장에는 낙과한 사과들이 떨어져 있다.
사과 농장에는 낙과한 사과들이 떨어져 있다.이재환

사과 낙과 피해로 농가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낙과로 인해 수확량 급감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피해를 보상 받을 길조차 막막하기 때문이다.

사과농가들은 자연 재해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 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낙과 현상의 원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농민들은 낙과 피해의 원인을 '냉해' 즉,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손해보험 사정업체에서는 낙과의 원인을 냉해가 아닌 단순 "생리 장애"로 판단하고 보험금 지급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윤동권 예산군농어업회의소 회장은 "예산군의 경우 보험을 든 농가는 95%정도가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이중 5~10%정도만이 냉해 피해 관련 특약을 들었다. 그나마 냉해 특약에 가입한 농가조차도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할 처지에 있다. 보험업계에서 낙과 현상의 원인을 냉해가 아닌 생리장애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보험사가 아닌 국가 기관이나 전문 연구기관에서 이번 피해의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면서도 "낙과 피해는 누가 봐도 이상 기후에 의한 것이다. 피해 규모는 재난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농민 K씨도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일주일 전에 손해보험사정업체에서 다녀갔다. 손해사정사는 냉해 판단은 사과 꽃이 피었을 때 가능한 것인데 왜 그때 신고를 하지 않았냐고 말했다"며 "지금에 와서 냉해 피해를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으 어렵다는 것이 요지였다"고 말했다. '냉해 입증' 책임이 농민들에게 전가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사과농가들은 낙과 피해로 인해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 6일 충남의 예산군의 한 사과 농가를 찾았다. 농장주 A씨는 지난 2014년 3000평 규모의 밭에 1억5000만원을 투자해 사과나무를 심었다. 하지만 사과를 수확을 할 무렵 잇따른 자연재해가 발생해 투자금 회수는 고사하고 빚만 쌓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의 사과농장은 지난해 우박 피해에 이어 올해는 낙과 피해까지 입었다.

A씨는 "사과는 보통 나무를 심은 지 3년 이후부터 수확이 가능하다. 매년 반복된 자연재해로 빚만 지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우박을 맞아 사과의 상품성이 떨어져 사과즙을 내서 팔았다. 그나마 사과즙도 많이 팔리지 않아 수익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같으면 농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심정"이라며 "지난해 우박 피해를 입었을 때 보험을 들지 않아 보상도 전혀 받지 못했다"며 "우박 트라우마 때문에 올해는 보험까지 들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냉해 패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도 못받게 생겼다"고 말했다.

 노랗게 변한 사과는 힘없이 떨어졌다.
노랗게 변한 사과는 힘없이 떨어졌다. 이재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과 농가들은 내년 농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에도 사과 수확량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권혁종 씨는 "사과가 많이 떨어지면 사과 열매로 가야할 에너지가 꽃눈으로 가게 된다"며 "보통 6~7월쯤이면 내년에 나올 꽃눈이 형성된다. 하지만 올해는 꽃눈이 나뭇가지로 변해 버릴 가능성이 높다. 꽃눈 분화율이 낮으면 사과 생산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민들이 가입한 보험사와는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보험사들의 입장과는 달리 사과 낙과의 원인으로 '저온 현상' 즉 냉해 피해를 일부 인정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5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겨울의 한파와 지난 4월 7~8일의 저온 등 복합적 요인이 낙과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관계자는 "사과 낙과 피해의 경우 지난 4월에 발생한 저온 피해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있다"며 "당초 5월 31일까지 조사가 마무리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추가 피해가 보고되고 있어 조사 기간을 6월 20일 까지 연장한 상태"라고 말했다.
#사과 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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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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