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TV조선?채널A가 보도한 ‘김정은 헤어 연출 4단계’, 실제 출처는 달랐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요컨대 조선일보, 그리고 조선일보 보도를 방송으로 유포한 TV조선‧채널A는 시민들에게 거짓말을 한 셈입니다. 조선일보는 '트위터 계정의 이미지'를 출처로 했으나 실제로는 그 트위터 계정에 해당 이미지가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조선일보가 출처라고 한 '국제이발사협회' 역시 해당 트위터 계정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보스톤을 근거지로 하는 이용 전문가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라고 스스로를 규정해, 공신력이 있는 공식 단체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또한 원래 출처를 찾아보니 해당 이미지는 2014년에도 존재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최근 남북 정상회담 생중계를 통해 김정은의 옆모습과 뒤통수 등이 세세히 공개되면서 그의 독특한 헤어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김정은 머리 모양'에 집착한 이유를 최근의 국제 정세로 들었으나 정작 그 근거로 제시한 이미지는 무려 4년 전 자료라는 의미입니다. 매우 선정적인 보도, 그것도 '아니면 말고' 수준의 '막가파 보도'라 할 수 있습니다.
8분이나 '김정은 머리' 다루며 폭소 터뜨린 TV조선이렇듯 이미 '출처'와 '근거'라는 보도의 기본부터 엇나간 조선일보 보도를 TV조선‧채널A는 그대로 방송하면서 유포, 과장했습니다. 조선일보 보도와 똑같은 내용을 방송하면서도 조선일보가 출처임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대담은 과연 이것이 보도‧시사 프로그램인지 의심케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김정은 머리 모양'에 열을 올린 것은 역시 조선일보의 자매사인 TV조선입니다. TV조선의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5/31)는 무려 8분 간 대담을 나눴습니다. 내용은 역시 조선일보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윤정호 앵커는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하면서 뒷모습을 아주 공개를 확실하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헤어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높아졌다고 합니다"라고 운을 띄웠는데, 이는 "남북 정상회담 생중계를 통해 김정은의 옆모습과 뒤통수 등이 세세히 공개되면서 그의 독특한 헤어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는 조선일보 기사의 첫 문단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후 TV조선의 대담 흐름은 △ 사다리꼴 김정은 머리는 파워컷, 야심적인 성격 △ 과거 김정은 머리 모양 비교 △ '국제이발사협회'가 공개한 '김정은 헤어스타일 만드는 4단계 쉬운 방법' △ 베컴과의 비교로 이어집니다. 역시 조선일보와 판박이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TV조선이 조선일보가 보도한 취재원 한 명을 직접 인터뷰했다는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보도 말미에 "문화이용원 지덕용 이발사는 얼마 전 한 어린 손님이 '김정은 머리처럼 해달라'기에 '따라 할 게 그렇게 없느냐'고 타일러 돌려보냈다고 말했다"면서 "그 소년이 데이비드 베컴처럼 해달라고 했다면 아마 원하던 것과 비슷한 모습으로 이발소를 나섰을 것"이라 비아냥댔는데요.
TV조선은 바로 이 지덕용 이발사를 직접 인터뷰했습니다. 김미선 기자는 "혜화동 문화이용원이라고 서울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이용원 중의 한 곳입니다. 80평생 이용원 외길을 가신 선생님이 말씀하신 건데요. 며칠 전에 젊은 친구가 찾아와서 김정은과 머리를 똑같이 해달라고 했는데 나는 그렇게 못 하겠다는 일화가 있습니다"라며 지덕용 씨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들려줬습니다.
이어서 TV조선의 출연자들은 드디어 조선일보 보도에 없는 내용을 다뤘습니다. 그러나 보도‧시사 프로그램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내용입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이게 무슨 검정 전화기 머리라고"라며 김정은 위원장 머리 모양을 '검정 전화기'에 비유했고 출연자 일동이 폭소했습니다. 화면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검정 전화기'를 나란히 둔 사진도 떴습니다. 윤정호 앵커는 "이 모양입니까, 이 모양?"이라며 흥분했습니다.
바로 이런 대화가 8분 간 이어진 겁니다. 프로그램 이름이 <이것이 정치다>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민망한 지경입니다. 또한 한참 평화 분위기를 마련하려는 현실에서 북한 최고 지도자의 머리스타일을 두고 술자리에서도 나누기 민망한 이런 삽화를 방송에서 보여주면서 조롱하고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