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산성 성벽몽골의 5차 침입 때 김윤후는 이곳에서 충주의 병사, 주민들과 힘을 합쳐 몽골의 주력 부대를 격퇴하였다. 성벽이 특별히 가파르다는 느낌을 준다.
홍윤호
몽골의 5차 침입 당시 충주산성은 총사령관 야굴이 이끄는 몽골군 주력과 대치하며 10월부터 두 달 이상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식량은 거의 떨어졌고, 성 안의 주민들과 방어병들은 지쳤다. 이미 충주까지 내려오는 동안 남자 10세 이상은 모두 죽이고 여자는 포로로 잡아가는 대량 학살을 몇 번 씩 자행한 몽골군은 살기에 넘쳐 있었다.
이때 방호별감 김윤후는 주민과 병사들을 모아놓고 외쳤다.
"여러분! 이 성을 끝까지 지켜내면 귀천을 가리지 않고 여러분 모두에게 관직을 내리겠습니다. 모두 믿으시오. 제 이름을 걸고 약속합니다!" 그리고는 병사와 주민들 앞에서 망설임 없이 관노비의 명부를 불태우고 몽골군에게서 빼앗은 소와 말을 나누어주었다.
그의 조치에 힘을 얻은 방어군과 주민들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몽골군의 파상 공세를 막아냈다.
<고려사>에는 12월 18일 '충주에서 몽골군이 포위를 풀었다는 것을 급히 알렸다'는 기록이 있다. 70여일 간의 전투에서 충주를 함락하지 못한 몽골군은 침략을 중단하고 돌아갔다. 몽골군 총사령관 야굴은 충주성 공격의 실패로 경질되었고, 김윤후가 현장에서 한 약속은 고려 정부에 의해 지켜졌다.
김윤후는 몽골의 2차 침입 때는 총사령관 살리타를 사살하여 몽골군이 철수하게 만들었고, 이번에는 총사령관을 경질시키며 몽골군을 철수하게 만들었다. 양쪽 다 몽골군 주력을 상대로 거둔 성과였다.
노비 문서를 불태우면서까지 노비와 주민들을 독려해야 하는 상황, 아마 성이 함락되기 직전, 절체절명의 위급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끝까지 성과 주민들을 버리지 않고 싸웠던 김윤후는 진정한 리더요, 승부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