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이가 병원에 온 아빠와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하유진
입원, 재입원...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다워낙에 밝은 성격인 유경이는 힘든 내색 하나도 하지 않고 굉장히 덤덤해 보였습니다. 강현이는 기관 절개를 하고 기계에 의존해 호흡하고 있었습니다. 기관 절개를 했기 때문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음식을 삼키지 못하니까 코로 유동식을 공급하기 위해 콧줄을 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를 보고 방긋 웃어줍니다.
조그만 온몸에 주렁주렁 줄을 달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기가 찼습니다. 유경이는 매번 그 줄들을 꼬이지 않게 정리하느라고 바빴습니다. 곧 퇴원한다고 하여 그나마 안심하고 병실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퇴원을 한 후 불과 며칠 후 강현이가 또 입원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먹다가 토하고 폐렴이 와서 다시 입원한 겁니다. 퇴원하고 하루 이틀 후에 또 열이 나서 재입원... 처음 입원한 후 6, 7개월간 유경이와 강현이는 거의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강현이의 아빠와 누나도 주말이면 병원에서 지내다 돌아갔습니다.
흡인성 폐렴이 너무 자주 오니까 병원 측에서는 위루관 수술(배에 구멍을 뚫어 위로 음식물을 바로 공급하는 수술)을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강현이가 너무 마르고 몸무게가 나가지 않아서 어느 정도 살을 찌워야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먹은 것을 자꾸 토하니 살이 점점 빠졌습니다. 어느 날 가서 보니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강현이의 다리가 너무 앙상한 겁니다. 그때는 유경이가 속상할까 봐 티를 못 냈지만 너무 놀라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느 날 유경이가 저한테 물었습니다.
"언니, 제가 돌아가서 일할 자리가 있을까요?"저는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러다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유경이는 SMA 환우회에서 만난 엄마들과 교류를 하고 있었는데 그즈음 강현이 또래의 한 아기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얘기를 들은 모양이었습니다. 순간 눈물이 쏟아지려고 해서 "너는 강현이를 열심히 돌봐야지 무슨 소리야" 대답하고 화장실 가는 척 병실을 나왔습니다.
그 뒤에도 병원에 있는 동안 아이들이 하늘나라로 갔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유경이의 얼굴에 깊은 그늘이 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제 앞에서는 한 번도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병문안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강현이의 몸무게를 늘려야 위루관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삼키지 못하고 계속 토를 하니 도저히 살을 찌울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그 상태에서 위루관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위루관 수술을 하고 나니 얼굴을 가리고 있던 콧줄이 없어져서 시원하다고 유경이가 좋아합니다. 그러나 그 후에도 강현이는 계속 열이 나기를 반복했습니다.
병원에서는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며 퇴원을 권했습니다. 그때 유경이는 그 말이 마치 의사가 강현이를 포기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