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철영 KBS 보도본부 정치외교 부장
KBS 보도분부 제공
- 지난주는 말 그대로 다이나믹 코리아였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서한 발송부터 그 이후 이어진 일련의 과정을 어떻게 보셨어요?"역사적인 분기점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현대사 100년이 넘는 이 땅의 역사 가운데 가장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간 평화가 정착되지 못한 한반도 시련의 역사를 극복해 낼 대전환의 기회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죠."
- 지난달 24일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 상원에 나와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체제 보장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했어요."그 얘기를 했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엊그제(5월 28일)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북한이 경제 지원에 목말라 하는 것으로 보도하는 미국의 언론에 대해 모욕적인 처사로 받아들인다고 비난했거든요. 즉, 북한이 경제지원을 요구하는 듯한 측면에 포커스를 맞춘 미국 언론의 보도를 비판한 것입니다. 지금 북한도 체제 보장과 군사적 위협을 경제 지원이나 제재 완화보다 좀 더 우선적인 목표로 두고 있지 않나 보고 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 상원에서 CVIG(체제 담보)를 언급함으로써 북한의 요구사항에 대해서 응답했다는 측면이 있죠. 그리고 CVID(북핵 폐기)에 상응하는 미국의 행동 대 행동의 동시적 조치로써 CVIG를 언급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도 비핵화에 대한 결의를 표명한 것처럼, 미국도 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의 결의를 표명한 거죠."
-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북미회담 취소를 알렸잖아요. 폼페이오 장관 발언이 비슷한 시간대 나왔어요. 결과론적으로 보면 벼랑 끝 전술이었고 그게 통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럼 트럼프 대통령이 취소한다는 서한을 보낼 때 속내는 무엇이었을까요?"결국 미국도 이 협상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보고 있고요. 다만 미국이 여러 가지 위치에서 도전받고 있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전 세계의 패권국이잖아요. 펜스 부통령은 볼턴 보좌관처럼 임명직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본다면 러닝 메이트이고, 정치적 동반자입니다. 그래서 북한 최선희 부상이 펜스 부통령을 겨냥한 것은 트럼프까지 포함한, 정치적 부담을 질 수 있는 비판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에 대해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보여요. 회담에 임하기 위해선 미국이 생각하는 그런 조건에 북한이 어느 정도 맞춰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보낸 거죠. 그런 측면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과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역할을 분담한 측면으로도 읽힙니다."
김정은-문재인의 깜짝 만남 "정상회담이 바로 저런 것"- 지난주 클라이막스는 2자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었어요. 29일 만에 아주 전격적으로 이뤄진 건데 어떻게 보셨어요?"저는 정상회담이 바로 저런 거란 생각이었어요. 물론 외국 정상 간의 만남이라는 것은 의장과 격식, 경호, 사전 조율, 숙소, 의제, 공동 성명에 들어갈 내용을 논의하기 위해서 장관급의 사전 접촉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이루어질 수 없지만, 남북 간의 정상은 저런 걸 할 수 있다는 거죠. 서로 전쟁을 치렀기 때문에 공포가 남아있더라도 같은 민족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다른 정상들 간의 만남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1차 정상회담도 역사적인 시간이었지만 2차 정상회담도 의제에 대해 사전 조율로 특정하지 않고, 큰 의제를 위해 단기 의제를 해결하려고 정상들이 움직인 거죠,
평양에서 판문점으로 달려오는 게 한 2시간 반이고 여기서 판문점까지 달려가는 데 한 시간 남짓이죠. 그 정도 걸리는 시간이라면, 적어도 이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지향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을 원하는 지도자들이라면 그 의도와 목적이 무엇이든지 간에 언제든 저렇게 만나야 합니다. 또 만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거고요. 거기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짐작 가는 것들이 있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 만났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의제 자체보다는 그날의 사안과 모습, 그것 자체로도 큰 역사를 이어가는 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어느 정도 예상하셨어요?"사실 남북 정상이 핫라인으로 통화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니면 서훈-김영철 라인을 가동시켜서 다시 특사를 보내거나 정상 간 핫라인으로 소통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사실은 저희는 핫라인 가동을 예의 주시했는데 핫라인이 아니라 그렇게 갈 줄 예상을 못 했었습니다."
- 27일 문 대통령이 직접 결과 발표했잖아요. 이 부분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일단 대통령의 고뇌가 많이 읽혔어요. '잘 됐다'는 뉘앙스보다 '아, 그래도 고민의 지점이 있구나'라는 게 좀 읽혔고요. 사실은 그날 대통령의 발언 중에 마지막 부분이 오히려 저는 많이 와 닿더라고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평화에 이르는 길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이 제게 부여한 모든 권한과 의무를 다해 그 길을 갈 것이고,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라는 내용이에요. 그 부분에 주목하게 되더라고요.
저널리스트들은 객관적·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의식적이고 강박적으로 늘 주입하고 되뇌지만, 일반인으로서의 생각도 있습니다. 지금은 사건과 사고 앞에 서 있다기보다 역사 앞에 서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서 고민의 지점이 읽히는 부분에 눈길이 많이 갔던 것 같아요. 또 그런 점에서, 별개일 수 있겠지만 저널리스트로서도 생각해봐야 할 측면이 있죠.
KBS 제작 가이드라인에는 '한반도의 평화 화해 협력에 이바지한다'고 적혀있어요. 저널리스트들이 통일외교안보 뉴스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또 저널리스트가 어떤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지 그 소명의식을 규정하고 있어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그냥 여러모로 고뇌가 읽히는 부분들에 눈길이 갑니다. 또 그게 단지 대통령만의 고뇌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모두 살얼음판에 서 있는 마음으로, 이 대화 국면이 잘 이어져서 비핵화가 실현되고 평화 정착이 달성되고, 남북 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지 않을까요?"
- 2차 판문점 회담의 의미는 뭐라고 보세요?"'어떻게 보면 정부의 이번 전략이 징검다리 전략 아닐까'라고 가끔 생각해보는데요. 징검다리 아래로 흐르는 급류에 자칫 발을 잘못 들이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죠. 그러다 보니 계속 그 위기의 급류가 흐르는 징검다리 위를 정부가 건너는 것처럼 비칠 때가 많습니다. 이번 회담의 경우, 또 다른 급류 속에서 또 다르게 징검다리를 건넜다고 봅니다."
아직은 돌발변수 있지만... "북미 모두 의지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