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딩거는 다양한 고양이 관련 모임과 행사는 물론, 동물권을 위한 기부와 후원도 꾸준히 하고 있다.
경실련
- 고양이라는 주제가 색다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것도 창업인데, 창업이야기도 해주세요. 요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나 경험담 들려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일단은 서점일은 추천할 만한 업종은 아닌 것 같아요. ^^; 서점은 일반 자영업자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어려움을 다 가지고 있고 거기다 플러스 서점만의 힘듦이 또 있어요. 그래서 제가 이야기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창업으로 서점은 권하지 않아요. 저희 서점은 비교적 나은 편이지만 최저임금도 못 버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람들이 책의 가치를 많이 알아주지 않는 것도 아쉬워요. 책 한 권에는 저자가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쳐 공부하고 고민한 정수가 있죠. 내가 책을 구매한다면 그 사람의 몇 년에 걸친 공부를 시행착오 없이 가져오는 건데, 그것도 영구소장 한다고 생각하면 책이라는 것은 돈을 지불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 책방 창업이 이렇게 어려운데 슈뢰딩거는 어떻게 운영하고 계시나요?"여기가 살아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시는 분들이 여기서 구매해주시고, 공간에 대한 애정으로 여기 나오셔서 책도 보고 가시고 구매해주셔서 운영되고 있다고 봐요. 여기의 강점은 다른 인터넷 서점과 달리 오프공간이 있는 거잖아요. 단순히 책을 구매하는 곳이 아니고 고양이로 가득찬 공간에서 책을 본다는 경험 자체가 저희 콘텐츠에요. 여기에서 책을 보시는 거 자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카페도 식음료서비스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잖아요. 책방도 책을 유통하는 소매업이라고 등록은 되어 있지만 콘텐츠사업, 지식서비스 제공자라는 마인드가 있어야 지속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작은 책방을 창업으로 염두하고 계신 분들은 서점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거랑 서적유통업 그 이상의 것으로 생각을 하셔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일본원서 고양이책 찾는 분들이 계셔서 일본책들도 판매하고 있어요.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콘텐츠 강국이잖아요. 콘텐츠에 돈을 많이 쓰기도 하고, 고양이를 진짜 좋아하는 나라다 보니 고양이책이 쏟아져 나와요. 기획력도 좋구요. 사진책은 화질과 재질이 되게 중요한데 일본책들은 퀄리티가 괜찮은 책들이 많아요.
처음에 인터넷 서점만 보고 원서 구입하다가 실패를 많이 해서 그 다음부터는 아예 3-4달에 한번 정도 일본에 가서 직접 실물보고 체크해서 캐리어에 담아 직접 가지고 들어오고 있어요."
- 왜 대학로에 열게 되셨나요?"대학로로 계속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은 콘텐츠에 소비를 하겠다는 분들이시잖아요.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이라면 여기 콘텐츠 가치를 알아줄 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리고도 원래 이 동네를 좋아해서 항상 대학로 쪽에 하고 싶었어요. 처음 오픈한 건 2016년이었는데, 이걸 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2015년 9월이었어요. 그 해 10월에 혜화로터리 쪽에 계약을 했었는데, 물이 새고 역류하는 바람에 돈도 좀 까먹고 시간도 날리고 했었지요.
한번 좌절을 겪고 집 근처 가까운 데서 빨리 열어보자고 해서 신설동에서 열었던 거예요. 근데, 손님들한테도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이태원이나 홍대에 있는 서점 같은 경우에는 온 김에 다른 데도 둘러보고 가는데 그때 그 동네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진짜 시장통 한가운데 오로지 저희 서점 하나만 보고 오시는 거거든요. 손님들한테도 미안하고 접근성도 너무 떨어졌었죠."
- 언제부터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셨나요?"저도 원래는 고양이 무서워했었어요. 밤에 고양이 마주치면 도망가고 그랬어요. 개, 고양이, 소, 닭, 비둘기 다 무서워했어요. 근데 성인되고 귀여운 짤(사진, 동영상)들 보면서 친근감이 생겼던 거 같고, 친구가 고양이 키우는 거 보면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러다 제가 키우게 됐는데 제 고양이가 예쁘니까 밖에 고양이들이 불쌍해지더라구요. 동물원도 많이 갔어요. 데이트 하거나 해외여행가도 꼭 동물원 가고 그랬는데, 고양이 키우면서는 못 가겠는 거예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가족과 주변 사람을 아끼는 마음에서 계속 밖으로 나가는 거잖아요. 동물한테도 적용되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