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꺼블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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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유럽 대륙 사이에 놓인 북해에서 북해운하를 따라 약 30km를 들어가면 네덜란드 북부의 오래된 부두에 닿는다. 1920년 포할딩(Volharding) 조선소가 세워진 뒤로 이곳에선 무려 80년간 배가 만들어졌다. 1972년 조선소가 꺼블 사에 인수되자 사람들은 이곳을 '꺼블-포할딩'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0년 조선소가 문을 닫은 뒤로 1250㎡ 너비의 아담한 땅은 10년 넘게 버려지다시피 했다. 암스테르담 시는 고민 끝에 이 땅을 시민에게 내주기로 했다. 그것도 무려 10년 동안. 그리고 2012년 공모를 거쳐 '스페이스&매터스(Space&matter)'를 비롯한 일군의 건축가 그룹이 이 땅을 넘겨받았다.
"우리의 도전은 쓰레기와 에너지 그리고 사람의 흐름을 순환 도시 모델로 연결하는 것이다."프로젝트 책임을 맡은 피터(Pieter)의 말이다. 이들은 폐허가 되다시피 한 이곳에 패기 넘치는 사회 혁신가들을 불러 모아 더 오래 가는 도시, 생태 친화적 순환 도시를 세우기로 마음먹는다. 자원과 에너지가 허투루 버려지지 않는 미래 도시, 순환적 삶으로의 전환을 향한 개척의 땅이자 상징이 되길 바랐다.
시는 이들에게 25만 유로(약 3억2000만 원)를 대줬고 여기에 더해 은행에서 20만 유로(약 2억6000만 원)를 빌릴 수 있도록 보증도 섰다. 2014년 2년여의 공사 끝에 '드 꺼블'이 문을 열었다. 17개의 하우스 보트를 말끔히 개조해 곳곳으로 옮겨온 사무공간과 공연장, 한 켠에 넓게 지어진 카페 등이 버려진 땅을 되살렸다. 무엇보다 자원과 에너지와 사람이 순환하는 새로운 길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