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겹다고 했더니 친구는 새로운 방법을 터득했다.
엔에치엔벅스
가수 이문세의 노래 중에 <가을이 오면>이 있다. 친구는 내 앞에서 그 노래를 주구장창 불러댔다. 그 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한테도 전파를 시켰다. 그래서 나는 여러 애들이 부르는 것을 들어야만 했다. 덕분에 나는 그 명곡이 들릴 때마다 정말 끔찍하다.
내 지인들 중에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경우가 많다. 신기하게도 그 사람들이 서로 친한 것처럼 똑같은 소재를 사용한다. 그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제는 놀리고 싶으면 다른 레퍼토리로 놀려!"그럼에도 나는 내 이름이 좋다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보면 '차라리 개명을 하지' 생각이 들 수 있다. 나도 진심으로 개명을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내 이름이 좋은 이유, 지금까지 '서가을'로 살아 온 이유가 있다.
우선, '가을(계절)'이 주는 따뜻한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이 첫 인상을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나는 사람에게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첫 인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첫 인상'처럼 바뀌기 힘든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 본 사람에게 낯을 가려 친절하게는 대하지만 살갑지 못한다. 그런데 이름 덕분에 어쩌면 '차가운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는 첫인상이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가장 큰 이유는 내 이름을 대체할 만한 이름이 없는 거다. 이름이 흔한 이름이 아니다보니 처음 만난 사람도 '서가을' 하나만큼은 잘 기억한다. 공연 보는 걸 좋아하는데, 응원하는 배우가 내 이름을 기억했을 때 정말 이름 덕을 본다고 느낀다.
또, 한글 이름이다보니 한문 이름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도 있다. 초등학생 때 한문을 익히라는 이유로 '한문이름 00번 써오기' 숙제를 많이 받았다. 그때 나만 혼자 좋아했다. 다른 애들은 익숙하지 않은 한문을 그리다시피 주어진 양을 써야 했다. 그래서 다들 울상이었다. '서가을'만 반복하면 되는 나 혼자 '룰루랄라'였다. 마지막으로 내 이름이 가진 뜻이 너무 좋다.
'가을만큼 따뜻한 사람이 되어라.'이렇게 편리함, 좋은 뜻을 담고 있는 이름을 대체할 이름을 아직 찾지 못했다. 그리고 개명하기엔 아직까지 '서가을' 내 이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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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기 좋아하는 대학교 4학년입니다. 뮤덕, 슈덕으로 통칭되기도 합니다.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예비 사초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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