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 스님 영결식 참석한 양승태30일 강원 속초시 설악산 신흥사에서 열린 설악 무산 대종사의 영결식에 참석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헌화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고 승무원인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은 "오늘로서 4474일째 투쟁하고 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서울 서부역 천막농성장에서 한뎃잠을 자는 등 13년째 고통받고 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아직 조사조차 받지 않고 있다"라며 "이 문제를 만든 모든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KTX 해고 승무원들은 전날 사법농단의 피해자로서 가장 먼저 대법원에 찾아와 항의했다. 항소심까지 승소했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대법원에서 뒤집어졌고, 이후 한 해고 노동자가 생활고 등으로 목숨을 끊었다.
한 사람의 생명까지 좌우한 판결이지만, '양승태 대법원'은 내부보고서에 이를 청와대와의 '협상카드'로 기재했다. 전날 해고승무원들이 헌정 사상 최초로 대법정을 기습 점거한 이유다. 이 과정에서 김 지부장은 "내 친구를 살려내라"라며 울먹였다.
10년째 복직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 역시 '양승태 대법원'에서 소송 결과가 뒤바뀐 당사자다. 이 자리에서 "하루하루가 정말 절박하다"라고 토로한 그는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조사보고서를 보고 정말 기가 찼다"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 포함, 2009년 쌍용자동차에서 정리해고된 154명은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정의의 마지막 보루"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고등법원까지 승리했지만 대법원에서 결과가 뒤집히고 말았다.
김 지부장은 "대법원이 최선의 판결을 최악의 판결로 되돌려줬다"라면서 "그 판결 이후 4명의 동료를 떠나보냈다"라고 토로했다.
12년째 복직투쟁 중인 이인근 콜트콜텍지회장 역시 "사법부가 노동자의 아픔에 함께하기 보다는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라면서 "그것이 권력과 거래 속에 이뤄졌다는 사실이 더욱 분노스럽다"라고 일갈했다. 강석현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중소기업 죽이기 판결로 사업주는 죽거나, 병에 걸리거나, 경제사범이 되었다"라고 분노했다.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