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진홍
함진홍 페이스북
처음에는 막연하게 모든 부산시교육감 후보들에게 인터뷰 제안을 하면서 제안서를 넘겼다. 한참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가 딱 한 후보가 인터뷰 제안에 응했다. 함진홍 후보였다. 나는 그동안 아이들을 보며 느꼈거나 묻고 싶은 것들을 모아 함진홍 후보에게 한국 교육제도의 문제점부터 조심스레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해봤다. 가장 먼저 내가 궁금했던 부분은 바로 '한국의 입시제도 문제점'에 대한 부분이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한국 아동·청소년 인권실태 2017의 행복하지 않은 이유로 '학업부담'을 호소하는 청소년이 42.9%에 달했다. 자퇴 충동을 느꼈던 청소년들도 '공부가 하기 싫어서'라는 응답이 67.2%로 가장 높게 집계됐다. 이에 대해 학생들의 입시경쟁에 따른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꼭 명문대를 가지 않아도, 혹은 대학 자체를 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교육 아닙니까."질문에 대해 함진홍 후보는 "입시로 인해 학생들의 행복권과 건강권 등 삶의 질의 기준이 되는 척도들은 밑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런데 과연 대학입시가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버려가며까지 쟁취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냐"고 되물으며 입시 철폐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제시했다.
학생들의 행복한 삶을 버리게끔 만든 원인은 과연 입시경쟁뿐이었을까.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 중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는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인한 사교육비 문제다. 2016년 초·중·고 사교육비 통계조사 결과 사교육비 총액은 18조1000억 원에 육박하며, 사교육 참여율은 67.8%로 70%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공교육 강화 정책' 등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제시했으나 사교육비 경감에는 큰 효과를 끌어내진 못했다. 그렇다면 함진홍 후보는 우리나라 사교육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사교육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공교육 강화가 절실하다"함진홍 후보는 "학원강사들의 일자리가 대거 공교육 교사로 이전, 무상교육의 점진적 실시 등 공교육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사교육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교육이 거름막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학교 내 청소년들에게 가해졌던 우리나라의 입시경쟁은 무척이나 가혹했다. 입시경쟁은 학생들에게 스트레스, 학습장애, 불안감 등을 안겨줬고, 이는 때로 또래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학교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입시경쟁이 빚은 결과로 인해 학생들이 직접 겪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먼저 우리나라 학교폭력실태는 어떨까? 교육부의 2017년 2차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학생은 조사대상 360만 명 가운데 0.8%, 약 2만8000명으로 나타났다. 그간 국내에서는 학교폭력으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했으나,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나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함진홍 후보는 과연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학교 교육의 최대가치는 사람의 됨됨이를 가르치는 인성교육이 돼야 한다. 이러한 인성교육이 선행될 때에 학교폭력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함진홍 후보는 현재 학교폭력 실태에 대해서도 '수능위주의 서열교육'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과도한 수능위주의 서열교육으로 인해 정작 학생들에게 '사람 됨됨이'를 가르치는 인성교육이 배제됐다"는 것이다. 함진홍 후보는 "명문대에 보낸 숫자로 학교를 평가하는 것은 물론, '명문대=출세'라는 과잉경쟁의 레이스 속에서 어쩌면 올바른 인성 기르기라는 교육철학은 자리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학교폭력 문제는 심해져갔으며 이에 따라 신고전화 신설, 경찰력 투입, 스쿨폴리스 확대, 교사책임 강화, 복수담임제 등의 여러 대책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폭력은 암암리에 존재하기도 하고 시대의 흐름에 발을 맞추듯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기도 했다.
나는 인터뷰를 준비하며 누군가는 학교폭력의 원인을 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중요시 하는 사회 분위기에 주목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학생인권만을 지나치게 주장한 탓에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가 어려졌으며 결국 교권이 침해됐다는 주장이다.
최근 학생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학생인권조례안이 다시 대두 되며 학생인권조례안이 통과되면 오히려 교권이 실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함진홍 후보는 교권과 학생의 인권이 동시에 보장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할까.
"학생평가권을 강화하고 교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의 제정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함진홍 후보는 "학교 내 인권에 대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어울려 사는 상호존중의 학교 문화 정립이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또한 교사의 일관성 있는 학생평가권을 강화하고 교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의 제정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라며 "더불어 학생인권위원회를 조직하고 학생 자치권 등 보장,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참여를 의무화하는 등 모든 교육주체의 권리를 균등하게 보장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학교 내 성평등 실현,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