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에 보낸 편지 'Letter to Chairman Kim Jong Un'미 백악관 홈페이지에 트럼프 대통령 명의로 '김정은 위원장에게(Letter to Chairman Kim Jong Un')'라는 제목의 편지가 올라왔다. 회담을 취소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미 백악관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23일 오전 7시 50분(한국시각)에 워싱턴을 출발해 24일 오전 0시 40분에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이날 별도의 일정을 잡지 않고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가 이번 주중에 남북 정상간 핫라인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통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 50분께 백악관 홈페이지에 '김정은 위원장에게(Letter to Chairman Kim Jong Un')'라는 제목의 편지를 올려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공식 발표했다.
"애석하게도, 당신이 최근 발언에서 표출한 분노와 적대감에 비추어 보았을 때, 저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긴 시간을 들여 계획해왔던 회담을 가지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이 편지가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을 대변한다고 생각해 주십시오."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지 약 44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가 알려지자 문 대통령은 오후 11시 30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 회의를 긴급하게 소집했고, 윤영찬 수석은 오후 11시 51분 이를 기자들에게 알렸다. 회의는 25일 오전 0시부터 대통령 관저에서 열렸고, 임종석 비서실장과 정의용 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서훈 국정원장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NSC 상임위원 회의를 소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기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서한을 트위터에 게재하기 전에 청와대에 미리 알려왔나?" 등을 문의하면서 청와대의 공식 의견을 요청했다. NSC 상임위원 회의는 오전 1시까지 1시간 동안 열렸고, 회의가 끝난 직후인 1시 17분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왔다.
문 대통령 메시지는 "당혹스럽고 매우 유감이다"로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당사자들의 진심은 변하지 않았다"라며 "지금의 소통방식으로는 민감하고 어려운 외교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북미) 정상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전한 윤영찬 수석은 "오늘은 위 입장문 외에 더 이상 발표할 것이 없다"라며 "전화도 받지 않겠다, 양지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북미정상회담 취소' 사전 통보는 없었다 그렇다면 왜 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가 "당혹스럽고 매우 유감"스러울 수밖에 없었을까? 그 이유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하면서 한국 정부에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이 동맹국가에 심각한 결례를 한 것이다"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트럼프는 동맹국들(global allies)에게 알리지 않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하도록 백악관에 지시했다"라고 보도했다. AP통신도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에 참석해 한국을 포함해 다른 국가에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사전에 통보했는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물론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취소 결정을 내린 이후 중국 관리들과 대화를 하지 않았다"라며 "(다만) 워싱턴과 서울은 보조를 맞췄다(in lockstep)"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기 전 한국 정부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이것의 사실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2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북미정상회담 취소 사실을 언제 알았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아는 바가 없다"라고 답변했다. 기자들이 "확인해서 알려 달라"라고 요청했지만, 이 관계자는 "확인해서 알려줄 수 있는 성격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미국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우리에게 사전에 통보했는지 여부는 말하기 어렵다"라며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고, ('워싱턴과 서울은 보조를 맞췄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말이 맞다는 것만 말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청와대의 또다른 고위관계자는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언론에 발표한 것과 동시에 한국 정부에 통보됐다는 외신 보도는 맞다"라며 "그(북미정상회담 취소) 통보가 주미(한국)대사관으로 왔기 때문에 저희(청와대)한테 전달되는 데 약간의 시차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 내용들을 헤아리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취소'라는 중대한 사안을 한국 정부에 사전통보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언론 발표와 동시에 통보했더라도 이것이 '동맹국가'를 예우하는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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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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