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이명주
아부오름에서 버스 한 정류장 거리에 거슨세미/안돌/밧돌/민 오름이 한데 모여 있다. 걸어서 갈까 했지만 한낮 해가 뜨겁고 얼마 전 길을 잃었던 게 생각나 마침 다가오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타고 보니 다랑쉬 오름 가던 길에 정류장에서 교통카드를 찾게끔 도와주셨던 기사 님 차였다. 내릴 때 "또 뵙겠습니다" 하며 모두가 웃었다.
이름이 가장 흥미로운 거슨세미 오름을 향해. 그런데 지금껏 가본 오름들과는 달리 안내판도 거의 없고 인적도 드물었다. 혼자서 한적한 숲길을 꽤 오래 걸은 끝에 '거슨세미 물 0.4km, 오름 정상 0.9k'라고 적힌 표지판을 발견했다. 이름의 기원이 됐다는 거슨세미 물 쪽으로 가려 했으나 곧바로 마주한 키 큰 갈대밭 앞에서 방향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