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벽루 아래 터널전라선이 지금의 기린대로를 달려 이 터널을 통해 남원방면으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담는 명소이기도 하다.
전주시 제공
호남선이 전주가 아닌 익산을 통해 광주로 간 것에 사연이 있다. 전주의 유림들이 '괴물처럼 생긴 흉물이 성스러운 곳을 오는 것'을 반대해서 전주가 아닌 익산을 지나야 했다고 한다. 시절이 지나서 'KTX역은 익산이 아닌 전주 혁신도시를 지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기도 하니 역사의 아이러니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길에서 또 하나의 사연을 찾을 수 있다. 오늘날 1000만이 넘게 찾는 명소가 된 이유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옥마을 옆을 지나는 철길이 기린대로다. 박 전 대통령이 기차를 타고 지나가다 우연히 철길 옆에 즐비한 한옥마을을 보고서 '이 공간을 지킬 필요성이 있지 않겠냐'는 말로부터 보존 방침이 시작되었다.
그 공간 속에 살던 이들은 '보존'이 자신들의 삶과 재산 가치에 불편을 끼친다고 느끼며 끊임없이 자신들의 요구를 제기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러 한옥마을이 명소가 될지 예측한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전주를 다녀가는 사람들 또는 전주에 사는 사람이라도 마찬가지다. 이 길을 거닐며 역사를 반추해보면 '사람 많고 꼬치 냄새가 진동하는 그냥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 다들 가니깐 나도 한 번은 가봐야 할 그런 공간'은 아니라 생각하며 이 코스를 추천하는 것이다.
'한벽루 옆의 기찻길'이 있었는지도 모를 세대에겐 '여기에 이런 역사가 있었다'고 설명해줄 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설명을 듣고 난 아이들에게서 '전주에 대한 애정'이 한층 커짐을 기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일제에 의해 반토막 난 오목대와 이목대의 운명을 통해 '전주 이씨 왕조의 몰락과 일제에 의한 훼손'을 중심으로 볼 수도 있겠다. '시대에 뒤쳐진 채 철길을 반대했던 유림들과 우연하게 한옥마을의 가치를 평가한 박정희라는 인물의 혜안'에 대해 어떻게 해석할지는 각자의 몫이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 공간을 천천히 걷거나 자전거로 음미할 게 있다는 것이다. 전주의 맛과 멋은 무엇일지, 그 공간이 앞으로 어떻게 운명을 맞을지를 생각해보기 좋은 코스임에 분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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