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 나온 순정만화 잡지 가운데 하나인 <미르>
최종규
장례 직후 유족들은 송채성이 고료를 모아 만든 종잣돈 2300만 원을 발견했고, 논의 끝에 신인 만화가들을 대상으로 한 '송채성만화상'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2005년 시작된 시상식은 돈이 다 떨어지면서 4년 만에 끝났지만, 만화전문 출판사 거북이북스가 수상작 열한 편을 모아 작품집을 내기로 결정했다. (115쪽/송채성)
저는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을 읽는 동안 어릴 적부터 누린 온갖 만화를 새삼스레 떠올렸습니다. 새소년, 보물섬, 만화왕국 같은 만화잡지가 아니어도 여학생, 주니어 같은 잡지에도 만화가 실렸고, '여학생 잡지'에 실리는 만화는 '소년만화잡지'에 실리는 만화하고 결이 다르면서 줄거리가 튼튼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여학생 잡지에 실리는 순정만화는 수수한 자리에서 살아가는 여느 사람을 곧잘 다루었어요.
이를테면, 김수정 님은 <아기공룡 둘리> 같은 소년만화도 그렸지만, <오달자의 봄>이라든지 <소금자 블루스> 같은 순정만화도 그렸습니다. 이진주·이보배 부부 만화가는 처음에는 순정만화 갈래였다면, '소년소녀 만화'라고 해야 할 만한, 명랑이나 순정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만화를 그려서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반가운 이야기꽃을 베풀었어요.
더 헤아리면 이향원 님 만화도 명랑이나 순정 한쪽에만 걸치지 않는 '어린이·푸름이 만화'를 그렸다고 할 만해요. 그런데 이 사전에서는 김수정, 이진주, 이보배, 이향원 같은 이름이 빠집니다. 이 사전에 김동화 님 이름은 들어가는데, 여러모로 아쉽다 싶은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