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지리 우리 풍수의 인문학> / 지은이 최원석 / 펴낸곳 ㈜도서출판 한길사 / 2018년 4월 20일 / 값 24,000원
㈜도서출판 한길사
<사람의 지리 우리 풍수의 인문학>(지은이 최원석, 펴낸곳 ㈜도서출판 한길사)은 비보풍수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2000년부터 논문 등으로 발표한 연구물에 내용을 보완해 단행본 체재에 맞춰 였은 신간 도서입니다.
책에서는 풍수의 유래에서부터 변천사, 현실 속에서의 풍수까지를 문헌과 기록에 근거해 조명하며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 풍수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인류사적 역사와 지역, 인물과 삶 등에 어떻게 투영돼 어떤 영향을 미치며 어떤 관계로 역할 하거나 기능했는지 다각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풍수는 관음증 같은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호기심 정도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흥미 위주의 내용이 아닙니다. 귀엣말로 혹세무민하고, 소위 작대기 풍수 노릇쯤 할 수 있는 얄팍한 풍수관련 내용이 아닙니다.
풍수의 본질을 원천적으로 이해하고, 풍수의 실체를 깊이 가늠해 볼 수 있도록 역사적 사실들을 배경으로 설명하고, 객관적 전거들을 결과로 설명하고 있는 입체적인 풍수입니다.
삶터풍수에서 수는 산, 방위와 함께 중요한 자연적 구성요소에 해당한다. 사실 풍수라는 용어도 "바람을 갈무리하고[藏風], 물을 얻는다[得水]"라는 데에서 비롯되었을 만큼 물은 풍수에서 핵심요소가 된다. 풍수이론 중 득수법이 있는데, 이것은 물(지표수)에 대한 일종의 전통적 환경평가이론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풍수에서 물이 왜 중요하다고 할까? 물은 생명력의 징표로 땅이 건강한지 병들었는지 말해주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풍수에서는 땅에 흐르는 생명의 기운[生氣]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 기운은 물을 얻은 곳에 있다 본다. 다시 말해 풍수에서 생명의 조건은 물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사람의 지리 우리 풍수의 인문학> 304쪽-
나무에는 뿌리가 있고 물에는 발원지가 있습니다. 풍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풍수가 역사적으로 도태되지 않고 오늘날 논문으로 구성될 수 있을 만큼의 학설과 체제를 갖추기까지는 뿌리 같은 원리, 발원지 같은 근거가 있었을 것입니다. 바로 이런 뿌리 같은 원리와 발원지 같은 근거가 논쟁을 거치며 검증되고, 검증을 거치며 이어지고 확립된 게 삶 속에서의 풍수라 생각됩니다.
환경으로부터 상관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환경과 무관할 수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황량한 곳 보다는 아늑한 곳, 음습한 곳보다는 양지바른 곳, 살벌한 경치보다는 풍광이 좋은 곳, 교통이 불편한 곳보다는 교통이 좋은 곳, 투자 가치가 떨어지는 곳보다는 좋은 곳을 선호하는 건 인지상정이라 해도 좋을 인간 본연의 본능입니다.
풍수와 불교, 풍수와 유교는 양팔저울처럼 서로 균형 잡아 '풍수'를 다른 말로 등치해야 한다면 '환경'과 '조건'일 수도 있다고 생각 됩니다. '환경'이 정량화해 수치(數値)로 계량화 할 수 있다면 '풍수'는 정성(定性)적인 요소 까지를 아우르기에 다소 애매함이 있을 수 있다는 차이는 있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우리 풍수의 인문전통은 풍수와 불교, 풍수와 유교가 마치 양팔저울처럼 서로 균형을 잡으면서 한편으로는 견제하고 한편으로는 도우며 조화롭게 운용되었기에 가능했다. 땅의 여하에 따라 인사[人事]의 좋고 나쁨이 결정된다는 풍수적 인식틀과 지리결정론적인 사유는, 사람이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 어디라도 정토일 수 있고 정토세계를 이룰 수 있다는 선불교적인 인식틀과 유심주의적 사유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사람의 지리 우리 풍수의 인문학> 513쪽-
모르면서 무조건 추종하는 풍수는 맹신일 수 있고 미신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이나 조건이라는 말로 등치시킬 수 있을 만큼 우리의 삶과 무관할 수 없는 게 풍수라고 생각한다면 풍수는 또 다른 형태의 학문이라는 걸 인정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