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진보교육감 후보 공동공약 발표 기자회견 지난 5월 10일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7명이 공동기자회견장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예비후보 8명도 뜻을 같이 하며 공동기자 회견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발표된 공동 공약에는 "민주주의를 감행하자!"라는 취지의 공약을 찾아보기 어렵다. 평화통일교육이 있었지만 민주시민교육에서 다루어야 할 여러 가지 사안들 중에 한 가지에 불과하다. 50년 전 독일 수상 빌리 브란트의 절반만 따라했으면 좋겠다. 아니 시늉이라도 보고 싶다.
시민의 소리
5월 10일 오전에는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시경쟁교육 해소 ▲학교 민주화와 교육자치 활성화 ▲교육복지와 학생 안전 강화 ▲평화교육과 성평등 교육 강화 등을 담은 4대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학교 민주화와 교육자치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교장공모제 확대와 교직원·학부모·학생이 선출하는 교장선출보직제 시범 도입과 더불어, 교육주체의 기본권 강화를 위해 교원의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 보장, 학생 청소년 인권법-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예비후보들은 "무상교육, 혁신학교, 인권조례, 고교평준화에서 시작된 교육복지와 교육민주화를 한 차원 더 발전시켜야 할 때"라며 "그동안의 성과를 토대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고, 모든 아이들이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교육체제를 수립하겠다"고도 밝혔다는 기사를 읽고 왠지 말의 성찬을 보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각 후보별 구체적인 공약집을 아직 보지 못한 상태이지만 이번 진보교육감 선거도 학교시민교육에 대한 뚜렷한 비전이 없이 지나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됩니다.
진보교육감 2기와 3기의 민주시민교육 공약의 차이점2014년 공동공약을 발표한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들은 △무상급식 실시 △혁신학교 확대 △고교평준화 확대를 진보교육감 1기의 성과로 평가하면서, 2014년 진보교육감 2기에는 △교육복지 강화 △혁신학교 성과 확대·학교혁신 보편화 △친일독재 교과서 반대·민주시민교육 활성화 등을 주요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약 중 민주시민교육을 중심으로 위에서 소개된 진보교육감 3기의 공약과 비교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진보교육감 2기와 3기 공동공약 비교]
| 진보교육감 1기 성과
| 진보교육감 2기 3대 공약
| 진보교육감 3기 4대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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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및 공약 내용
| ◯ 무상급식 실시 ◯ 혁신학교 확대 ◯ 고교평준화 확대
| ◯ 교육복지 강화 ◯ 혁신학교 성과 확대 및 학교혁신 보편화 ◯ 친일독재교과서반대 및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 ◯ 입시경쟁교육 해소 ◯ 학교 민주화와 교육자치 활성화 ◯ 교육복지와 학생 안전 강화 ◯ 평화교육과 성평등 교육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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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시민교육 관련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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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험중심의 민주시민교육강화 생태·인권·노동·평화·통일교육 강화 학생자치활동 활성화
| - 학교 구성원이 함께 선출 하는 교장선출보직제의 시범 도입 - 학생 청소년 인권법 및 인권 조례 제정 - 평화교육과 성평등교육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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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와 3기의 민주시민교육 관련 공동 공약을 비교해 보면 별반 눈에 띄는 내용이 없습니다. 3기의 교장선출보직제 시범 도입은 도입 지역에만 해당할 것 같고, 학생 청소년 인권법 제정은 입법권자의 영역 같습니다. 평화교육은 2기 공약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며 성평등 교육 강화 하나 정도가 두드려져 보입니다. 2기의 민주시민교육 활성화에 대한 세부 공약 이행 정도는 평가해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공동공약이기 때문에 이 정도이고 각 지역별 공약은 좀 더 구체적일 것이라 기대해 보지만 지금까지의 공표된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혹시 받으실 수 있는 표를 계산하느라 진짜 주요한 정책은 발표하지 않았기 바랍니다. 그러나 명확하게 공약을 하고 당선되더라도 관료제 속의 이행과정에서 이행 계획의 강도가 약해지고 공약 이행률 평가 때에는 더 약해지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기에 걱정이 됩니다. 최근에 문재인 대선 공약인 '초·중등학교 민주시민교육 확대'가 국정 과제에는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보셨나요? 그리고 대통령 취임 1년이 넘도록 확대할 것인지, 한다면 어떻게 확대할 지에 대한 기본 계획조차 오리무중입니다.
지역 교육청별 민주시민교육의 실태는?지역 교육청별로 정치·경제·문화 차이가 커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으셨으리라 짐작합니다. 하지만 교사들의 눈에는 2기의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공약 이행 정도에 점수를 드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3기의 공약에는 민주시민교육 활성화에 대한 계속적인 혹은 새로운 시도들이라고 평가할 만한 내용이 없습니다. 물론 그전에 비한다면 2기 시대에 민주시민교육의 시도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파편화되어 있는 사안별 사업들이 민주시민교육이라는 미명하에 '또 하나의 깃발 날리기'에 그친 것은 아닌지요?
2014년 학교 시민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공부하던 교사들이 2기 진보교육감들께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안서("교육감님, 민주시민교육 계획안 들고 뵙겠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15332 참조)를 13개 민주진보교육감 인수위원회에 제출하였습니다. 정책제안서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 학교시민 역량 강화, 민주적 학교문화 정착, 민주시민교육 지원체제 구축이었습니다. 2년 후에 각 시도교육청별로 민주시민교육 공약 이행도를 확인해 보려는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공약 이행도를 측정할 만한 사업이나 업적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민주시민교육과를 만들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 교육청도 있었으나 그 속내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기존의 인성교육, 통일교육, 다문화교육, 독서교육, 평화교육, 안전교육, 인권교육, 독도교육, 경제·금융교육, 환경교육, 지속발전가능교육, 학생자치교육, 준법교육, 나라사랑교육, 노동인권교육, 양성평등교육, 선거교육, 미디어교육 등이 민주시민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큰 변화 없이 사안별·개별 사업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교육청의 경우 자체 개발한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과서도 원하는 학교에 보급은 되었을지언정 어떻게 교육현장에서 활용되고 평가되는지 정확한 평가도 없이 매년 보급되었습니다. 누가 어느 시간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교사의 자율적 의지를 바라고 활용되기만을 기다리는 형편이었습니다.
교사의 역량 강화 연수 또한 각 교육청별로 년 1회 진행하면 잘했다고 기뻐해야 할 지경이었습니다. 어떤 교육감께서는 2015년 신년사에서 올해를 "민주시민교육 원년의 해"로 삼겠다고 각오를 다지셨지만 뚜렷한 특징을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경기도교육청 인정교과서인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과서를 10개 교육청이 공동 인정교과서로 사용한다는 MOU(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MOU 체결 자체가 해당 교육청의 민주시민교육의 실적이 되어 버리는 모양새였습니다.
사문화되어가고 있는「교육기본법」2조의 교육이념과 목적공교육 제도인 학교가 학생들을 교육시켜야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다르게 교육의 목적을 규정할 수 있겠지만 공교육 아래에서는 법률에 규정된 내용을 준수해야 할 것입니다. 1949년에 만들어진 교육법과 1997년에 제정된 교육기본법의 이념과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교육법」 제1조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완성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공민으로서의 자질을 구유하게 하여 민주국가발전에 봉사하며 인류공영의 이상실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교육기본법」제2조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의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 두 법이 규정하는 교육의 이념이나 목적이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교육법」의 '공민의 자질'이 「교육기본법」에서는 '민주시민으로서의 필요한 자질'로 좀 더 구체화되었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한다는 내용 정도가 새로 추가 되었다.「교육법」이나 「교육기본법」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우리 교육이 지향하는 바, 다시 말해 이념은 '홍익인간'입니다. '널리 인간을 유익하게 한다'는 그 뜻에 모두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결국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의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에서 학생들이 이 세 가지를 갖추게 해야 할 책임이 교육(공교육)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 세 가지 책임이 학교의 책무입니다. 교육감의 책무이기도 하고 교육부장관의 책무이기도 합니다. 누구도 이를 부인하거나 거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준법정신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기본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교육기본법」2조는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국가의 교육이념이나 목적과 무관하게 교육하게 되었습니다. "부자되세요"를 강조했던 7차 교육과정에서도, "가만히 있으라"던 2009개정교육과정에서도 교육의 결과를 평가하는 방법이나 내용들에서 교육기본법 2조의 내용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학입시제도 논쟁에서도 '학교교육의 정상화', '민주시민교육의 실현' 등이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교육의 목적인 '민주시민교육의 자질'이 수학능력시험의 평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기존의 5지선다형 상대평가 방식은 국가교육이념과 목표에 어긋난다고 주장합니다. 국가교육이념과 목표에 적합한 선발 방식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모두 민주시민교육의 적폐 세력법령위반이 개인 차원뿐 아니라 집단 차원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치열한 생존경쟁, 과도한 교육열이 법령을 무시하게 만들었습니다. 과도한 경쟁과 교육열은 법령을 위반해서라도 사회적 성공을 가져오면 된다는 의식을 낳았고 지금도 끈질기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적폐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란 뜻입니다. 1949년 교육법 발효 이래 70년간 흐트러짐 없이 쌓여온 것이 '민주시민교육의 적폐' 입니다. 아니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국가교육이념과 목적의 적폐'라고 할 수 있나요? 교육기본법 2조 위반은 범법 행위입니다. 형법에 따른 범죄는 아니니까 범죄자 혐의는 벗어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까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처벌을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형법에 '국가교육이념과 목적을 위반한 죄'를 추가해달라는 청와대홈페이지에 입법청원운동이라도 해야 할까 봅니다. 학교민주시민교육 조례가 있음에도 교육청의 민주시민교육 예산을 무지막지하게 삭감해 버리는 지방 의원, '인성교육진흥법'은 만장 일치로 통과시켜 주면서 '학교시민교육촉진법안'은 이런 저런 이유로 발의를 망설이는 국회의원, 과목 이기주의에 함몰되어 있는 사범대·교대 교수과 교사, 분과 학문이 교육 내용의 주요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강변하는 교수, 교육과정은 온갖 미사여구로 만들어 놓고 교과서가 교육과정에 정신에 알맞게 쓰여 지고 있는지 에는 관심이 없는 학자, 아직도 민주시민교육은 사회과 도덕과의 전유물처럼 강조하는 교수, 이들 위에 숨어 교육과정을 통제하고 있는 교육부 관료는 모두 적폐 세력입니다.
입시 성적에만 함몰되어 직분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교사, 이를 강조하는 학교 관리자, 민주시민교육을 소홀히 한다는 항의에 사회적 합의가 없다느니 근거 법령이 없다고 이리 저리 회피하는 교육부 관료, 내 자식 수능 시험 성적을 올리라고 학교를 압박하는 학부모, 지방 선거에서 유불리를 따지고 교육부를 압박하고 있는 청와대의 참모, 판사는 판결로 말하고 교수는 논문으로 말한다며 학계의 동종교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학회에서 따돌림 당하기 싫다고 제대로 된 비판의 논문 한편 안 쓰는 교수는 '국가교육이념과 목적'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법상 범죄는 아니더라도 적폐는 맞습니다. 우리는 모두 크든 작든 '민주시민교육의 적폐 세력'임을 고백해야 합니다. 어떤 중등 도덕과 교사는 민주시민교육 확대 관련 간담회에서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적폐 청산 없이는 민주시민교육의 미래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번 기회에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들께서 우리 모두의 적폐의 혐의를 벗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 바랍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더불어민주당은 19대 대통령선거에서 '촛불혁명의 완성으로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이라는 비전 속에 '부정부패 없는 대한민국', '공정한 대한민국', '민주·인권 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적폐청산'이라는 항목 중에 "초·중등교육에서 민주시민교육 확대"를 약속한 바 있고, 올 1월 교육부에 민주시민교육과를 신설하였습니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흔한 기본계획 하나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혹시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들은 교육부 특단의 조치를 기다리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듭니다.
유럽의 학교시민교육 –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1969년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 빌리 브란트는 "민주주의를 감행하자!"(Demokratie wagen)라는 구호로 승리해 전후 최초로 정권 교체를 이뤘고, 정말로 '민주주의를 감행'했다고 합니다. 민주주의가 과감하게 실험된 곳은 무엇보다도 학교와 일터와 언론이었다고 합니다. 초·중·고 학교에서는 민주주의자를 길러내는 것이 최고의 교육목표가 되었고, 민주주의교육, 반권위주의 교육, 비판 교육, 저항권 교육 등 정치교육이 정착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