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의 뿌리째 아스팔트를 발라버린 대구 동구청의 한심한 작태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대목은 우리 사회가 나무나 야생동물들과 같은 소위 '비인간존재'들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다. 가로수가 간판을 가린다는 상가들의 민원 때문에 나무를 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나, 나무가 한창 생장할 시기에 벌채를 하면서도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큰 숙제가 아닌가 싶다. 결국 이것이 이 나라 생태의식의 현주소인 것이다.
가뜩이나 한전은 지난 2014년 경남 밀양에서 765kV의 초고압 송전선로 공사를 강행하면서 많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짓밟은 역사가 있다. 청도 삼평리에서는 마을을 지나가는 단 한 기의 345kV의 송전탑만이라도 지중화해 달라는 요구를 철저히 묵살한 역사가 있다. 한전은 저 초고압 전기로 인해 야기될 주민피해에 대한 주민들의 합리적 요구마저 철저히 묵살해 오지 않았던가? 까짓 나무들쯤이야 하나도 대수롭지 않은 존재들일지 모른다.
한전은 지금이라도 주민의 요청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송전선로 지중화를 적극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도 '공공재'이듯 도심의 나무들 또한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우리사회 또한 생태적 각성이 요구된다. 우리 인간에서 무수한 혜택을 제공하는 나무에 대하는, 두 눈으로 바로 볼 수 없는, 기괴한 행태를 보면 정말 같은 인간임이 부끄러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가로수 뿌리 위로 아스팔트를 바르질 않나, 철선이 박히게 한 채 나무를 방치해두지 않나, 이처럼 나무들을 댕강댕강 잘라버리질 않나. 말 못하는 나무들이라 해서 그들이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엄청난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 생태학자와 생물학자들의 증언이다. 우리 사회 전체의 생태적 각성이 요구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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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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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5월의 가로수를 댕강댕강... 이 방법밖에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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