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 교수
유성호
-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1, 2차 방북해서 비핵화-평화체제(북 체제보장)를 큰 틀에서 합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떻게 보나."날짜 순서를 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이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에 갔고, 29일에 남북이 남북정상회담의 시간, 장소를 합의했다. 그리고 폼페이오 당시 내정자가 3월 31일에서 4월 1일까지 방북했다. 우리는 1일에 남측 예술단이 평양에 갔고.
북의 행보를 거시적으로 보면,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당시 5월에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남북대화가 있었고, 그해 10월에는 김정일 특사가 미국을 가서 '공동 코뮈니케'를 발표했다. (북미 공동 코뮈니케 : 당시 북미는 적대관계 종식을 선언하고, 평화보장체계를 수립, 경제협조와 교류를 발전시키기는 등의 합의 - 기자 주)
지금도 그때와 비슷하다. 이 진행 과정에 비핵화 평화체제와 관련, 1차 회의는 있지 않았을까. 한 한 달간은 북한 내부에서 노선 전체를 전환하는 결정을 만드는 시간이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4월 20일,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 쏟겠다는 이야기를 한 거 아닐까. 이후 김정은이 또 중국을 갔고 폼페이오가 방북했다. 이 시나리오가 반복된 건 북미정상회담 의제 때문이겠지."
- 두 번째로 김정은 위워장과 시진핑 주석이 만난 곳은 다롄이다. 이곳에서 도보다리 산책처럼 해변을 거닐기도 했고. "다롄은 의미있는 장소다. 김일성, 김정일 모두 다롄을 방문한 적 있다. 또, 확대해석하기는 어렵지만, 중국이 자체 제작한 첫 항공모함이 있는 곳이다. 항공모함은 미국의 해상 패권에 도전하는 건데... 어쩌면 북중 간의 군사 회복이 되거나 거래 관계가 확실해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사드 배치 논란에서 보듯이 중국을 배제하기는 참 어렵다. 한미동맹하고도 연관되어 있다. 만약 북한이 한미동맹을 인정한다면, 한미동맹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질문이 당연히 나오지 않을까. 한미 상호방위 조약에서는 적이 누군지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북을 적으로 설정하고 위험에 대응하는 게 한미대응이잖나. 그런데 남북정상회담에서 서로 적이 아니라고 일차적 합의했고, 북미 간의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수교까지 한다면 불가피하게 한미동맹의 존재 이유를 물어봐야 하는 셈이다. 한반도 비핵화 한미동맹 지속, 한반도 평화체제는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
"F-22 전투기 동원, 불만있을 것"- 북한 김계관 제1부상이 16일 '북미정상회담 재고려'를 언급한 담화문을 발표했다."그게 참... 개인적으로 북미 사이에 한반도의 핵 자산 전개를 금지하는 것을 두고 이야기를 했을 거 같은데... 최첨단 스텔스기인 F-22 전투기가 이번에 8대나 동원된 것에 일차적 반발이 있는 거 같다. 그리고 이번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저격하지 않았나. 북미정상회담 의제가 확대되는 것에 불만을 드러낸 거다. 존 볼턴이 북미회담에서 생화학무기 폐기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고, 내 기억으로는 인권문제는 얘기 안 했다. 다만 억류자 문제를 얘기했지. 거기에 반발한 거 아닐까. 그게 남북대화까지 불똥이 튄 거로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남북대화 자체가 한미군사합동훈련 연기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출발이 그리고 북한은 핵미사일까지 중단했다. 그런데 우리는 한반도에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폭격기까지 들여오는 거 같으니까. 암묵적으로 합의했다고 생각했는데 북한이 보기에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나오니까 반발하는 거 같다."
-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로 정해진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개인적으로는 몽골의 울란바토르를 밀었는데... (웃음) 싱가포르는 장점이 뚜렷한 나라다. 일단 아세안이다. (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으로 회원국은 총 10개국에 달한다. 북한은 그동안 아세안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 기자 주) 아세안 국가 역시 북한에 호의적이었다. 아세안 중 하나인 말레이시아와는 김정남 피살사건 전까지만 해도 관계 좋았다. 인도네시아 역시 김일성이 북한에서 제일 멀리 간 국가다. 싱가포르를 포함해 아세안 전체가 북과 관계가 좋다. 게다가 북한사람은 싱가포르에 비자없이 입국할 수도 있다.
싱가포르와 북의 경제 관계가 재밌다. 북한의 7번째 교역 대상국이 싱가포르다. 외교 관계를 맺은 지도 오래됐고. 지난해 10월로 기억하는데, 싱가포르 총리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 한 이야기도 있다. 당시 총리가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고립시키는 것 좋은데, 쉽고 빠른 결론을 얻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압력도 필요하지만, 대화도 필요하다'라는 식으로 얘기했을 거다. 그러니 북은 자기 쪽에 우호적인 나라라고 생각할 수밖에. 어차피 평양이나 워싱턴 아니라 제3국이라면, 싱가포르는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미국으로서도 싱가포르는 나쁘지 않다. 싱가포르는 무엇보다 인프라가 갖춰졌고. 북한과 미국 모두에게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북, 종잣돈 필요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