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으로 예방접종 정보를 읽지 못하는 엄마들도 아기에게 필요한 예방접종을 제때 할 수 있도록 유도한 유아사망률 1위 아프가니스탄의 캠페인 장면.
김정렴 제공
아프가니스탄 보건부의 공무원들은 복합적인 원인(즉 문맹, 무관심, 전통적 편견)에서 비롯된 낮은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또 다른 전통적 습관에 주목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태어난 아이들이 악으로부터 보호받기를 기원하며 팔목에 작은 팔찌 같은 장식물(charm)을 손목에 채운다고 한다. 보건 당국은 보통 검은색 단색의 작은 구슬(beads)로 만들어진 팔찌에 여러 가지 색상의 구슬을 코드화 했다. 즉, 구슬은 접종이 필요한 백신을 의미하는데 보라색은 홍역, 빨간색은 소아마비, 노란색은 B형 간염이다.
아이가 월령에 맞는 백신을 맞으면 의사는 해당되는 색깔의 작은 구슬을 아이의 팔찌에 추가한다. 이제 백신 기록이 아이의 손목에 채워지게 된 것이다. 이제 이웃과 친척들이 아이의 손목에 있는 여러 색상의 구슬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아이의 손목에 있는 색상을 비교했고, 백신과 팔찌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은 백신을 제공해주는 병원을 방문하게 되었고, 그들에게 접종을 행하는 의사를 떠올리게 되었다.-124~125쪽 '잃어버릴 수 없는 아기수첩'에서.
<오토바이로 모기를 잡아라>(인디 페이퍼 펴냄)를 통해 만나는 아프가니스탄의 공공 캠페인 'Immunity Charm'에 대한 이야기다.
이 캠페인은 처음에는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전개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놀랄만한 성과가 나왔고 그러자 보건부 공무원들에 의해 국가정책으로 수용, 현재 아프가니스탄 전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의 긍정적인 참여로.
내용은 다르지만 아프가니스탄의 'Immunity Charm'처럼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어떤 변화나 개선이 필요한 문제들의 경우 캠페인을 띄우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음주운전 금지나, 독서 운동, 금연, 출산장려, 공공질서에 관한 것 등 여러 캠페인들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전개된다. 이처럼 전개되는 캠페인들에는 당시 사회가 깊이 반영되어 있음은 물론, 아프가니스탄이나 태국의 인용 사례처럼 그 나라만의 사정이나 상황을 담고 있는 절실한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책은 이에 주목,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개되어 눈에 띄는 성과 혹은 나름의 어떤 결과를 얻어냈거나, 현재 진행 중인 공공캠페인 48개를 통해 세계인들의 당면한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태국에서는 매년 모기가 옮기는 질병으로 72만 5천명의 사람들이 죽는다고 한다. 2017년 태국의 인구가 약 6천 8백만 명이니 1%에 달하는 엄청난 수가 모기로 사망한 것이다. 태국의 빈곤층이 모여 사는 슬림은 모기의 천국이라 할 정도로 그 개체수가 상상을 초월한다. 온갖 질병을 전파하는 태국의 모기는 주택가의 물웅덩이나 비가 고인 페타이어 등에서 서식한다 . 정부 당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온갖 아이디어를 고민했고, 실제로 정부가 제시한 일부 방법의 경우 효과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태국 정부는 모든 지역을 방역하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기획자가 주목한 것은 방콕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오토바이였다.
태국을 한번만이라도 방문해본 사람들은 태국인들이 오토바이를 얼마나 애용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모기와 마찬가지로 오토바이는 모든 곳에 있었던 것이다. 오토바이가 지나가면 배기통에서 연소된 가스가 나온다, 이 배기통에 모기를 내쫓을 수 있는 천연 성분의 오일을 채우고, 배기과정에서 생기는 열이 이 오일을 활성화한다. 여기서 나오는 가스가 모기를 내쫓는 것이다. 한대의 오토바이가 3미터의 확산 반경을 고려하여 설계된 점을 고려한다면 태국의 오토바이는 거의 대부분의 지역을 커버하는 효과가 있다.-25~26쪽, '오토바이로 모기를 잡는다'에서.
골목이 좁다 보니 소독차가 닿지 못하는 곳을 국민들이 애용하는 오토바이로 방역, 좋은 성과를 낸 태국의 캠페인 'Moto Repellent'은 70년대 태어난 세대들에게는 낯익은 우리의 소독차를 떠올리게 한다. 태국 역시 우리의 소독차와 같은 방역 시스템이 있었으나 우리와 주거환경이 다르다보니 성과가 크지 못했고 대안이 필요했던 것.
문제해결을 위한 진지한 고민과 구태의연함을 벗어난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살릴 정도로 중요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태국의 'Moto Repellent'은 전세계의 미디어보도와 소셜미디어의 재확산(퍼나름)으로 더 많은 노출을 얻었고 그만큼 많은 지지를 얻어냈다고 한다. 많은 지지는 지속과 확산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