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갑질' 규탄 회견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롯데갑질피해자연합회 소속 업체 대표들이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롯데그룹의 갑질 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소연
'롯데 갑질 피해'를 호소하는 건 윤 대표만이 아니었다. 롯데슈퍼에 과일을 납품하던 업체, 롯데건설 협력업체,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지점 입점업체 등 롯데와 계약을 맺은 중소기업 대표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갑질 피해'를 증언했다. 이 자리에 선 대표들은 하나같이 발언 도중 말을 잇지 못했다. "너무 억울한 감정이 복받쳐서 진정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가슴이 짓밟혔다"라고도 했다.
안동권 아하엠텍 대표 역시 그랬다. 아하엠텍은 롯데건설로부터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화성공장 공사를 수주해 하도급 계약을 맺고, 2009년 12월에 공사를 마무리지었다. 안 대표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아하엠텍에 구두계약으로 127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추가 공사를 했으나, 공사가 완료되자 약속한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93억 원만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롯데건설은 이마저도 53억 원만 지급하겠다고 주장하다 공사 완료 후 25억 원만 정산했다고 한다.
그런데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 최종심결을 앞두고 28억 원을 아하엠텍 계좌에 슬그머니 입금했다. 안 대표는 "공정위 직원이 처벌을 피하려면 심결 전에 28억 원을 입금하라고 롯데 측에 알려준 정황을 뒤늦게 포착했다"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 역시 공정거래위원회에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MB시절 'BBK 보은인사' 의혹을 받았던 공정거래위 상임위원은 아하엠텍 사건 소회의의장을 맡아 사건을 민사로 끌고 갈 것을 종용하거나 롯데 측에 채무부존재소송을 제기하라고 팁을 주기도 했다"라며 "롯데 측의 부당한 행위를 인정한 사건 조사 보고서와 달리 결과는 롯데 무혐의에 경고 조치였다, 재수사를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분에 찬 안 대표는 '롯데 갑질' 기사를 모았다. 2004년부터 롯데의 횡포 사례와 공금횡령 및 배임 사건을 전부 스크랩했다. 그 기사만 한 박스 분량이 나왔다. 안 대표는 "유례없이 부패된 조직문화 아래 상생은 커녕 중소기업인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라고 성토했다.
단가 후려치기는 과일 납품에도 존재했다. 성선청과는 2007년부터(2014년에 보성청과로 상호변경) 2015년까지 롯데슈퍼에 과일을 납품했다. 김정균 성선청과 대표에 따르면, 빈번하게 원가보다 싼 납품단가를 요구했고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금액을 납품단가와 무관하게 낮게 책정한 후 그 판매가격의 85%만 성선청과에 지급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당초 판매 수수료 15%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받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롯데 측은 수수료를 25%로 책정해 편취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롯데 측은 '수수료 25%'로 적힌 계약서를 체결했다고 주장했지만 계약서에 서명이 없고 '을'의 사업자 번호마저 틀린 계약서였다"라며 "공정위는 이런 걸 제대로 조사해야 하는데 대기업 편에만 서있다, 너무 억울하고 분한데 설명할 방법이 없다"라고 호소했다. 롯데와 소송 중인 보성청과는 결국 2018년도 폐업했다. 김 대표는 피해액만 9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정의당, '롯데갑질피해신고센터'(1544-3182)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