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치는 폭우속에 피어나는 꽃창포
최오균
아이리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의 전령이자, 무지개처럼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는 무지개의 신이다. 그래서 아이리스의 꽃말도 '좋은 소식'이라고 한다. 달콤한 키스처럼 향기롭게 피어나는 아이리스가 우리 집에 오늘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전해 줄까?
꽃창포 바로 옆에 있는 작약도 어제까지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는데 빗물을 듬뿍 머금고 수줍은 듯 막 피어나고 있다. 녀석도 천둥소리에 화들짝 놀라 피어난 것일까? 작약의 꽃말은 '수줍음'이라고 하던데 정말 꽃말처럼 수줍어 보인다. 저토록 겹겹이 싸여진 꽃잎이 활짝 피면 얼마나 탐스러울까?
작약의 영어 이름은 '피오니(peony)'인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 '파에온(Paeon)'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파에온은 올림퍼스 산에서 채취한 작약의 뿌리로 신들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신들의 의사다.
모든 꽃들이 대개 신화 하나를 간직하고 있듯 작약에도 애틋한 신화가 있다. 옛날에 파에온이라는 공주가 있었는데 사랑하는 왕자가 먼 나라 전쟁터로 가버리자, 그녀는 왕자가 전쟁터에서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왕자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그로부터 숱한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눈 먹 악사 한 사람이 공주의 집 대문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공주는 그 노래 소리가 하도 구슬퍼 귀를 기울여 듣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노래는 왕자가 전쟁터에서 공주를 그리워하다가 마침내 죽고 말았는데, 왕자는 죽어서 그 자리에 모란이 되어서 이국땅에서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공주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결국 공주는 악사의 노래에서 나온 대로 왕자가 죽었다는 이국땅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모란으로 변해 버린 왕자 곁에서 사랑하는 왕자를 떠나지 않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를 했다. 공주의 정성은 마침내 하늘을 감동하게 했고, 공주는 작약꽃으로 변해 마침내 사랑하는 왕자의 화신인 모란꽃과 나란히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신화에서 보는 것처럼 모란과 작약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둘 다 모란과에 속하고 꽃도 서로 닮은꼴이어서 언뜻 보아서는 구분을 하기가 어렵다. 허지만 모란은 나무에서 꽃이 피고, 작약은 땅에서 올라오는 풀에서 피어나는 식물이다. 모란은 크고 화려하여 '꽃 중의 왕'으로 불린다. 부귀의 상징으로 여겨 '부귀화'라고 불리기도 한다. 반면에 작약은 함지박처럼 탐스럽게 피워난다고 하여 '함박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모란이 피어 뚝뚝 떨어져 질 무렵에는 작약이 이어서 피어난다. 바늘이 가면 실이 따라가듯 피는 모란을 따라 피는 꽃이 작약이다. 모란이 남성의 꽃이라면 작약은 여성 꽃이라 할 수 있다. 신화야 어쨌든 오뉴월 무려 두 달간이나 내 곁에서 함박웃음을 웃으며 화려하게 피워주며 내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북한 땅에서 흘러온 임진강 흙탕물에 번갯불이 번쩍거리더니 "쿵쿵~" 천둥소리가 울려 퍼진다. 포성소리 대신 천둥소리가 울려퍼지는 임진강은 평화롭게만 보인다. '남토북수(南土北水)'는 접경지역 연천군의 농축산물 대표 브랜드다. 금년에도 북쪽에서 흘러내려온 임진강 물로 연천군의 농작물은 풍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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