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순 마을무지개 대표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다 지역의 결혼이주여성들을 만나면서 다문화 문제에 눈을 떴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우기
마을무지개 "앞에 두 분과 달리, 저는 평범한 가정 주부였어요. 중국어 공부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주민센터에서 하는 한국어 교실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했어요. 거기서 8개국 결혼이주여성들을 만났죠. 중국에서 온 아기 엄마는 남편이 중국으로 가라는 말을 자주 내뱉어서 마음의 상처가 컸어요. 또 다른 이주여성 분은 아이 친구 엄마들에게 자신을 비하하는 말을 듣어 힘들다고 했죠. 다들 타지에서 마음고생이 컸어요. 그렇게 서로 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나라 다문화 정책이 문제가 있구나' 직감했죠.
그때부터 제 인생이 180도 바뀌었어요. 저는 물론 주변 지인들의 도움까지 받으며 결혼이주여성들을 돕는 일에 나섰어요. 결혼이주여성들의 가장 큰 소망이 '경제활동'이에요. 제일 먼저 한 게 학교에서 모국의 문화를 가르치는 다문화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어요. '오감만족 아시아 여행'은 결혼이주여성이 전통 의상을 입고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문화, 음식, 역사, 지리 등의 생생한 정보를 전달하는 수업인데 아이들의 수업 만족도도 높았어요. 그런데 방학에는 수업이 없어 매출이 제로였죠.
그 시기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모국 음식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 모습에서 힌트를 얻어 다문화 음식점 '타파스', 케이터링을 시작했어요. 근래 시작한 아시아 의상 임대 사업은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기업의 효자사업으로 자리 잡았어요."
- 다문화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선주민들의 다문화에 대한 인식들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아시안허브 "결혼이주여성들 중 고향을 떠나 홀로 낯선 타국에 와서 살다 보니 남편에 대한 의존도가 높거나, 남편들이 아내를 무시하거나 상식의 선을 넘는 경우들이 있어요. 하루는 저희 직원이었던 한 이주여성의 남편분이 회사로 전화를 하셔서는 '아내 휴가를 내달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런 경우는 처음이라 당황했던 기억이 나요.
남편분이 직접 저희 같은 사업을 해보겠다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런 경우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주체성을 가진 여성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솔직하게 저희 의견을 이야기 해주곤 해요."
▲아시안허브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모국어를 기반으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시안허브
마을무지개 "일을 하면서 만나는 분들 중에 대표인 저를 대하는 태도와 우리 다문화 직원들을 대할 때 태도가 많이 다른 분들이 있어요. 다문화 여성들을 자신도 모르게 무시하는 한국인이 은근 많은 거죠. 직원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을 때는 너무 화가 나고 제가 직원들 보기에 민망할 정도일 때도 있어요."
샐러드 "10년 넘게 기업을 운영하다 보니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을 정도예요.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근거도 없이 의심하기도 하고... 지방 공연을 갈 때 차를 빌리는데, 운전사 분이 이주민이라고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경우들도 있어요. 그럴 때는 다음에 예약을 하지 않는 걸로 소심한 복수를 하죠."
- 세 분 모두 여러 사회적 편견들을 극복해가며 사업을 해오셨는데, 그럼에도 보람을 느끼고 변화를 느끼는 순간들이 있을 듯합니다.마을무지개 "결혼이주여성들이 경제 활동을 원하지만, 막상 조직에서 어떤 역할이 주어지면 비주체적인 모습일 때가 많아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지금은 많이 변했어요. 스스로 할 일을 찾고, 내 회사라는 자부심도 커졌어요. 얼마 전에는 우리 직원들끼리 계를 부어서 각자 고향으로 함께 놀러가자는 얘기를 할 정도로 서로 간에 유대감도 생겼고요.
저희는 처음부터 일로 만난 게 아니라 같은 지역에 사는 이웃으로 만났기에 오랫동안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고 성취감도 더 컸던 것 같아요. 올해로 기업을 운영한 지 만 7년이 되는데. 전업 주부에서 시작해 법인 대표가 되면서 괴리감도 컸지만 지금은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기를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혼이주여성들이 마을무지개와 함께하면서 주체적으로 변했다
마을무지개
아시안허브 "아시안허브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좋은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많이 받아요. 언젠가 한 공공기관에서 전화가 와서는 우리 기업에서 일하는 분을 왜 놓아주지 않느냐는 거예요. '아시안허브가 원래 그런 곳(이주여성들 성장시켜서 다른 곳으로 내보내는) 아니냐'고 하시는데, 그 순간 사실 좀 속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결혼이주여성들을 전문가로 성장시키는 게 저희의 역할이 맞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을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같이 일했던 직원들이 다른 곳으로 가면 박수 쳐주고, 잘 적응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뻐요. 최근에는 우리가 가르쳤던 교육생들이 함께 이주민 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그게 우리의 미션이자 역할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분들이 전문가로 성장하는 데 힘을 보탤 생각이에요."
▲샐러드의 연극은 이주민들이 직접 배우로 나서 다문화 문제를 알리고 있어 더 현실감이 있다는 평가다.
샐러드
샐러드 "2005년 처음 이주민 언론사를 운영할 당시만 해도 사회적으로 이주민,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낮았어요. 다문화하면 이주노동자들 인권문제가 주였고 임금체불이나 산재 사건도 많았죠. 지금은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서 장기고용도 가능하고 중간에 체류비자로 바꿀 수도 있게 되었어요. 반인권적인 조항도 많이 사라지고 가족 초청도 가능해졌어요.
다문화 구성원들도 자발적인 커뮤니티들이 많이 생겨나고, 한국 사회도 다문화 구성원을 받아들이는 정책으로 가고 있어서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변화에 조금이나마 샐러드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럼에도 우리 같은 기업이 이주민들의 국내 적응에 발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아직은 필요한 존재라고 봐요. 이민사회가 정착하고 어느 정도 편견을 없애려면 3세대는 지나야 하니까요.
무엇보다 우리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이 활동을 좋아해요. 주요 구성원들은 모두 4년 이상 근무한 분들이에요. 여기서 일 하다가 힘들다고 나가셨던 분들도 다른 일터 갔다가 금세 다시 돌아오세요. 도저히 못하겠다면서요. 지금은 일이 없을 때는 나오지 말라고 얘기해도 나오고 싶어해요. 자기 일을 좋아하는 것, 그게 바로 샐러드의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 다문화 기업에서 일하며 이런 부분은 우리 사회가 가진 편견이라고 얘기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아시안허브 "'이주여성은 이럴 거다'라고 단정 짓는 경우가 많아요. '이주여성은 본국에서 잘 못 살아서 이곳에 왔다'든지 '못 배웠을 거다'라든지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 기업이 전문 인력 양성을 하다 보니 본국에서 유학을 왔거나 전문직 출신이 많은데도 한국에서는 그런 시선들을 받아요. 다른 측면에서는 본국에서 전문직 출신이니 한국에서 잘 정착하겠지 하시만 막상 보면 모두 그렇지는 않거든요. 한국 사람들이 다양하듯이, 이주민들도 다양하다는 걸 인정해야 해요."
마을무지개 "맞아요. '결혼이주여성들은 모두 불행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한국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결혼생활도 행복하게 잘 꾸려가는 분들이 제 주변에도 많아요. 이주여성들 남편들도 좋은 분들이 많고요."
▲다문화 사회적경제 대표 3인은 선주민들이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버리고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우기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마을무지개 "전에는 내가 뭐해줄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면 이제는 그들이 직접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든든해요. 마을무지개가 잘 성장해서 더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어요. 이들이 사회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해요. 마을무지개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이주여성을 같은 마을에 사는 이웃으로 바라보고 함께 공동체를 일군다는 거예요. 그에 맞게 이주여성들을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생각하며 정서적으로 잘 지원하는 역할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아시안허브 "우리 교육이나 컨설팅을 받고 다양한 단체들이 생겨나고 조직의 리더가 되는 걸 보면 뿌듯해요.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이주여성들을 위한 취·창업 사관학교가 되어 우리 경험을 전수해 꿈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싶어요. 아시안허브 내부적으로는 제2의 시작을 준비하려고 해요. 2013년 창업 후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아요. 지원과 제도에 많이 기대어 온 부분도 있고요. '왜 우리가 이 일을 시작했나' 본연의 마음으로 돌아가 주체적으로 고민하며 한발 한발 다시 출발해 보려고 합니다."
샐러드 "이 분야에서 13년째 활동하며 힘든 고비도 많이 넘겼지만, 그때마다 우리가 사회적기업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 해요. 사회적 가치 추구 없이 수익만을 생각한다면 문을 닫는다는 각오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간의 균형을 맞춰가려고 노력해요. 또 하나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얼마 전 남북정상회담이 있었죠. 그걸 보며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주민들 생각이 났어요. 베를린에 머물 때 동독, 서독이 통일되면서 이주민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기에 더 현실적인 고민이 든 거 같아요. 이러한 시기 다문화 문제를 다루는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날이 오면 어떤 사업이 필요한지를 이제는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아시안허브, 마을무지개, 샐러드를 소개합니다 |
㈜아시안허브 http://asianhub.kr 결혼이주여성들을 교육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아시안허브평생교육원'을 운영 중이며, 비영리민간단체 '아시아언어문화연구소'를 통해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사업으로는 ▲결혼이민자 직무향상 교육, ▲전문 통·번역 서비스 운영, ▲해외봉사활동 및 역사탐방 등 컨설팅, ▲온오프라인을 통한 아시아 언어교육, ▲쌍방향 다문화교육 프로그램 운영, ▲글로벌 비즈니스 컨설팅 및 위탁교육, ▲어학전문도서 및 앱 개발, ▲웹·인쇄물 디자인, ▲출판 대행, ▲동화 제작 등이 있습니다. A. 서울시 관악구 신림로 23길 16 일성투루엘 5층 / T. 070-8676-3028 / E. info@asianhub.kr
마을무지개 https://vrainbow.modoo.at 결혼이주여성들과 은평 지역 내 취약계층 여성을 다문화 강사로 양성하여 일자리를 제공하고 아동 청소년들에게는 다문화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여 문화 다양성에 대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주요사업으로는 ▲교육 프로그램(함께 가는 아시아 여행, 글로벌 식탁으로의 초대, 원데이 게스트하우스), ▲다문화 음식점 '타파스', ▲케이터링 서비스, ▲다문화 공연, ▲의상 대여 등이 있습니다. A. 서울특별시 은평구 역촌동 60-5 / T. 070-7642-0227
샐러드 http://salad.or.kr 다문화 방송에서 출발해 2009년 다문화극단을 국내 처음으로 창단해 이주민들이 직접 연극 및 뮤지컬 제작의 주체가 되어 예술로 다문화 문제를 사회에 알리고 있습니다. 주요사업으로는 ▲인권 연극, ▲이주민 인식 개선 연극, ▲아시아 문화 소개 창작뮤지컬, ▲다문화 축제 등이 있습니다. A. 서울시 영등포구 도림로 139길 12-1 / T. 02-2254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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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라현윤(이로운넷 에디터)
사진. 이우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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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사회적경제 정책 통합 및 지속가능한 기반 조성을 위해 2013년 1월 설립된 민관 거버넌스 기관입니다. 사회적경제 부문?업종?지원조직들의 네트워크를 촉진하고 서울시와 자치구의 통합적 정책 환경 조성 및 자원 발굴?연계, 사회투자, 공공구매, 윤리적 소비문화 확산을 통해 기업과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촉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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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사는 사람들'? 이주민도 한국인처럼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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