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라임
"수피, 그래도 오늘은 운이 좋네! 오늘 점심은 유통 기한이 12일밖에 안 지났어." (12쪽)
엄마는 NAP-24이고, 퀴니 누나는 NAP-23이다. 나는 여기서 태어났기 때문에 번호가 달랐다. DAR-1이 내 번호인데, 이곳에서 태어난 첫 번째 아기라서 1번이 붙었다. (19쪽)
푸른문학 <로힝야 소년, 수피가 사는 집>(자나 프라일론/홍은혜 옮김, 라임, 2018)을 읽으며 '로힝야'가 어떤 이름인지,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어떤 삶인지 아리송합니다. 몇 쪽을 읽다가 '로힝야'라는 이름을 누리그물(인터넷)에서 찾아볼까 싶었으나, 책에서 실마리를 풀자는 생각으로 그대로 읽어 봅니다.
유통 기한이 한참 지난 먹을거리를 받아서 먹는다는 대목, 어머니 누나를 비롯해 아이한테 이름 아닌 '번호'가 붙는다는 대목, 학교를 다니지 않고 아무것도 배울 길이 없다는 대목, 한식구가 함께 지낼 수 없도록 뿔뿔이 흩어 놓기도 한다는 대목을 읽으며, 아무래도 만만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느낍니다.
누아는 퀴니 누나의 진짜 이름인데,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엄마밖에 없었다. 엄마는 즐겁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미얀마에서 키우던 강아지나 당나귀 이야기, 바다에서 헤엄치던 이야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 이야기 같은 거였다. 그리고 옛날 옛적부터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던 로힝야족 이야기도 들었다. (43쪽)
아무도 수용소 바로 앞에 있는 바깥세상의 이야기는 해 주지 않았다. 그곳이 어떤지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107쪽)
<로힝야 소년, 수피가 사는 집>을 어느 만큼 읽으며 '수용소살이'를 하는 사람들 이야기라고 깨닫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수용소살이라니? 지구별 어느 곳에서 수용소살이를 하는 아이들이 있나 하고 헤아려 봅니다.
오늘날 한국은 아직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총부리를 겨누는 군인이 잔뜩 있고, 다른 나라에도 다툼이 끊이지 않습니다. 휴전으로 흐르는 나라가 있고, 내전이나 전쟁이나 분쟁으로 흐르는 나라가 있으며, 난민이나 피난으로 힘겨운 나라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로힝야하고 수용소는 어떤 사이일까요? 책을 끝까지 읽고서 이 수수께끼를 풀어 볼 즈음 <식민지의 사계>라는 책을 함께 읽었습니다. <식민지의 사계>는 조지 오웰 님이 '버마'에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영국하고 제국주의 총부리에 눌린 식민지'는 어떤 사이인가를 덤덤하면서 씁쓸하게 풀어냅니다.
영국은 퍽 오랫동안 인도이며 버마이며 뭇나라를 제국주의 식민지로 삼았습니다. 이러면서 영국사람 스스로 이 식민지를 다스리지 않았지요. 어느 한 나라를 식민지로 삼을 적마다 '이웃한 작은 부족·나라'를 끌어들여 이들이 다스리도록 이끌었습니다. 이른바 '식민지 사람이 다른 식민지 사람을 다스리는 꼴'인 얼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