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녹색당 강남구청장 예비후보.
라용
- 지금의 안전 정책과 비교하여, 앞으로 펼치려는 정책을 설명해달라.이주영 : "'여성은 약자일수록 여성으로 인지되고 남성은 강자일수록 남성으로 인지된다'는 말을 접한 적이 있는데 매우 공감했다. 이 문장에 따르면, 여성은 필연적으로 약자이면서, 약자여야 하는 존재다. 이런 관점이 사회에 지배적이다보니 관련한 정책들도 결국 여성을 '보호해주겠다'는 차원의, 시혜적인 관점이 된다. 지금의 정책들이 딱 이런 관점이다."
신지예 : "'펜스룰'이 나오게 되는 맥락도 이와 상통한다. 사회는 그 기조대로 흘러가게 그냥 내버려둔 채, 그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의 장치만 만드는 것이다. 지금의 공무원들은 여성을 보호한다는 기조 아래에서 안전장치만 몇 개 쥐여준 채 자신의 책임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만연한 폭력적인 문화를 바꾸지 않고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치에서는 이 영역을 너무 미흡하게 대처하고 있다.
지금도 공무원들이 성인지 교육을 받기는 하지만 너무 형식적이고 일차원적이다. 정책 전반에 성인지적 감수성을 녹여내고 이를 기조로 만들기 위해서는 공무원 교육이 중요하다. 성평등 담당관이 서울시에 있긴 하지만 예산과 담당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 캠프에서는 서울시장 직속 성평등 담당관을 두고 이를 위한 예산을 확대하려고 한다."
이주영 : "내가 출마한 강남구는 '구'이기 때문에 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에 비해 제한이 많다. 강남에서 가장 큰 화두는 재개발과 재건축인데, 결국 재개발·재건축도 국토부와 서울시가 주관하는 것이고 구청은 안전 허가를 내주는 등의 지엽적인 일을 수행한다. 하지만 그대신 지역에 기초해 사람들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우리 캠프가 내건 정책 중 하나는 몰래카메라 단속의 정례화다. 또한 강남구 내 공공 화장실들을 성평등한 화장실, 안전한 화장실로 개선하려고 한다.
또한 '미투 센터'를 설립해 운영하려고 한다. 강남구는 회사가 다수 밀집한 곳이다. 통근을 위해 강남구 내에서 자취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여성 노동자들이 성폭력에 노출됐을 때, 멀리 가야 하는게 아니라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안전하게 지원받을 수 있게 하고 싶다.
'미투 센터'에서는 여성 자기방어 교육과 4대 폭력 관련 교육 등을 주기적으로 수행하게 하고 성폭력과 임신 중단 같은 여러 사건 사고가 있을 때 법률적 상담 또는 지원을 하려고 한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안전한 동네'가 되는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 안전하게 지원받고, 또 구민들의 의견을 함께 덧붙여 만들어가는 안전한 마을, 동네가 되게 하려고 한다."
- 두 분 다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 출마하셨다. 최근 '백래시'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페미니스트로 출마하는게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신지예 : "일단, 나는 백래시를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변화의 조짐이 머지않았다는 신호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여기에서 움츠러들지 않고 더 뛰쳐나가 당당하게 소리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백래시는 오늘의 페미니스트들이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예전에 한 교수님이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가 나아진다는 믿음을 버려라'고 말씀하셨는데, 내겐 그 말이 누군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는 말로 들렸다. 지금 인권조례가 계속해서 폐지되고 있는 것처럼 백래시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더 용기를 내서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외치고, 우리 사회에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선거에서는 다수의 표를 획득하는 것이 '승리'인데, 실제로 그것이 정치인의 속성이기는 하다. 정치인들은 표심을 파악하고 그들의 의견을 정책 전반에 녹여내는 일을 한다. 하지만 정치인이 그것만으로 정치를 하는 건 아니다. 정치인에게는 소명이 있어야 한다. 표심을 읽는 정치도 중요하지만, 소명을 실현하는 정치 역시 중요하다. 지금까지 많은 후보가 표심 때문에 자신의 소명을 저버리는 일을 해왔다. 특히 박원순 시장은 인권 변호사 출신이면서도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선언하려다가 폐기해버렸다. 보수 기독교의 표가 두려워서 말이다.
나는 소명을 지켜내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소수자를 지켜낼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서, 인권조례를 지켜내는 마지막 사람으로서 말이다. 나는 이런 소명을 지켜낼 수 있는 정치, 새로운 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더 당당히 '페미니스트 후보'로 내걸고 출마했다."
이주영 : "나 역시 백래시는 좋은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제일 무서운 건 '무반응'이다. 장자연 사건이 터졌을 때, 우리 사회는 정말 놀라울 만큼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건이 다시 회자되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가 이전보다 조금 더 성장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백래시 저자가 말한 것처럼, 백래시의 전략이 더 교묘해질 지더라도 우리가 더 날카롭게, 더 당당하게 맞선다면 지금의 흐름은 페미니즘에 있어 순풍이 될 것이다.
나는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서 무엇보다도 강남구 안에서 한 번도 의제화되지 못했던, 그러나 이 지역에 있어 중요한 의제들을 계속해서 던지고 싶다. 강남역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곳에서 여성을 생각한다는 게 어떤 건지 사람들이 상상하게 하고 싶다. 녹색당의 선거는 이번 한 번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계속해서 선거가 이어지면서 이러한 의제들을 계속해서 던져서, 여성·채식주의자·성소수자·동물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하는 동네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5월 17일, '우리가 서로의 용기다' 잊지 않는 시간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