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나의 6월. 81.5x122. <우> 작은 갑각류들이 만든 집. 122x83.
김미진
- 저 그림은 고 이한열군의 모습이네요. 곧 6월도 다가오는데 선생님에게 6월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질문하고 싶네요."1987년 6월은 제가 잊을 수 없죠. 아마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거예요. 그때 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특공연대라는 곳에서 병장으로 군 복무를 하고 있었는데 군부대 뒷산에서 대기하고 있었어요. 시위 가담자 모두 때려 죽이라는 군의 명령을 받구요. 군부대 뒷산에서 잘라 온 1m정도 되는 참나무로 만든 진압봉, 투명 방패, 전투 헬멧과 K1소총을 착용하고, 실탄도 싣고 갈 준비가 된 상태로 투입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어땠을 거 같아요? 87년 6월 항쟁의 현장에 까딱하면 진압군으로, 역사에 기록 될 만행의 산 주인공이 될 뻔한 그때 심정이 기자님은 상상이 되세요? 다행히 계엄령이 선포되지 않고 국민이 승리한 최초의 항쟁으로 기록되었죠. 제2의 광주가 일어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어요. 한 번도 가슴 아픈 일인데, 두 번이 일어난다면, 그건 안 될 말이죠."
아찔하다. 어쩌면 일어날 뻔 했던 제2의 광주. 피해자와 가해자. 가해자 역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80년 5월의 광주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 한 켠이 날카로운 종잇날에 손을 베이는 느낌이다.
아무리 피해 보상을 하고, 진실이 규명 된다고 해도 책임자 처벌이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바로 잡아진 게 아니다. 다시 5월 18일이 다가오고 있고, 곧 6월 10일이 올 것이다. 역사는 기록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어 가는 데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이재민 작가님, 그동안 꾸준히 미술 교사로서 교육현장에 계셨는데 미술 교육이 나아갈 바에 대해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아이들에게 미술 시간은 즐거워야 하고, 놀이로써 친근감 있게 접근해야 해요.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되, 개별활동도 중요하지만 모둠 활동도 중요해요. 함께 나누고, 참여하고, 토론하고, 협의해서 하나의 결과물을 도출하는, 함께하는 과정이 중시 되어야 하죠. 기자님은 학교 다닐 때 미술 시간이 어떠셨어요?"
아, 학교 다닐 때의 미술 시간. 초등학교 때는 크레파스 색깔이 많을수록 최고였고, 중학교 미술 시간은 미술 과외를 받아서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가 부러웠고, 고등학교 미술 시간은 딴 과목 문제지 꺼내어 공부한 기억들이 불현듯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