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축제 기간을 맞아 한 단과대학이 운영 중인 주점 현수막에서 주류 메뉴가 지워져 있다(노란 원). 앞서 국세청과 교육부는 각 대학에 축제 기간에 술을 팔지 않도록 해달라는 공문을 내려보냈고 대부분의 대학 총학생회는 주류를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연합뉴스
대학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하지만 시절이 하 수상하다. 각 대학 학생회가 최근 교육부에서 '주세법령 준수 안내 협조' 공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공문의 요지는 축제장 주점에서의 주류 판매를 불법으로 규정한다는 내용이다.
각 학생회는 그야말로 초비상이 걸렸다. 이번 공문은 각 대학의 축제가 이미 기획되고 있는 시점에서 준비할 틈도 없이 일방적으로 전달되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특히나 올해 축제에 신선한 변화를 시도했던 각 대학 학생회는 국세청의 처벌 의지와 교육부의 권고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그동안 대학 축제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주점'과 '술'이었다. 특히 주점은 저마다 학과의 특색을 살려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해 나름의 상징성을 보여줬다. 내가 대학에 입학한 1987년에는 민주화 투쟁으로 휴교와 휴강이 잇따르던 해라 딱 한 번 생략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민주화운동에 대해 열기가 뜨겁던 1980년대에도 축제는 어김없이 이어졌다. 물론 그때도 축제의 꽃은 주막이었다.
1980년대의 주점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동안 서먹서먹했던 선후배와 교수님과의 교류의 장이기도 했다. 지금처럼 학과마다 상징을 나타내는 기발한 문구를 동원하여 주점의 이름을 정했다. 거금을 투자하여 친구들을 동원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고, 조리와 서빙 그리고 호객 행위도 볼거리 중의 하나였다. 학과생 전체가 총동원되는 가장 중요한 학내행사였던 것이다.
주점에서 단연 인기메뉴는 두부김치와 파전이었다. 얼마나 많이 팔아치웠는지, 파전에 들어갈 파가 다 떨어져 잔디를 뽑아서 부쳤다는 괴담이 한 번씩 돌긴 했지만 그런 것쯤은 개의치 않았다. 주점의 막걸리가 동날 때까지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는 어느새 잔디밭을 두루마리 삼아 잠을 청하곤 했다. 그래도 동이 틀 때까지 막걸리를 마시며, 함께 민중가요를 불렀던 추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학 시절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주점에서 모인 선후배들은 막걸리가 얼큰하게 들어가 주체할 수 없는 열기를 발산하기 위해 교내 연못에 뛰어드는 무모한 모험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많이 뛰어들었는데도 요즘처럼 사고 한번 없었던 것은 선배와 동기들의 배려와 돌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몇십 년 동안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는 대학축제는 상업화에 휩쓸려 그저 술만 마시는 축제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늘었다. 대학에서 공식적으로 술을 판다는 자체가 잘못이라는 비난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축제의 주점에서는 대부분 술장사로 쉽게 수익을 내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축제에서 술을 팔았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위법이 맞다. 막걸리 주조장이나 도매점에서 허가받은 사업자만 술을 받아다가 팔 수 있지만, 축제 한 번 치르자면 주점 한 곳에서만 수십 상자 해치우는 것은 예사였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수십 년이나 허용해놓고 지금에 와서 갑자기 술을 팔지 못하게 하는 건 가혹한 처사로 보인다. 술을 금지하는 자체가 아니라 주류판매 면허가 없는데 학생들이 팔면 처벌 받을 수 있다고 내린 공문이라지만, 주점에서 주류판매 시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는 무시무시한 내용이다.
'자유엔 책임이 따른다', 더 좋은 방안은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