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시인 신애리 교사가 2017년 진주 수정초교 3학년 4반 아이들이 쓴 시조를 한데 묶어 <괴짜 선생님과 개구쟁이들>을 펴냈다. 신 교사는 해마다 아이들의 시조짓기를 지도하고 시조집을 내고 있으며, 이번까지 모두 11권째다.
윤성효
멋있는 콧수염에 새하얀 머리카락할아버지 얼굴이 오늘도 보고 싶어신나게 웃어주시는 우리 집 방귀대장- 김대희 작 <할아버지>.둥글둥글 얼굴에 쭈글쭈글 주름들구부정한 허리로 텃밭으로 가신다허허허 웃음까지도 모두 나눠 주신다- 김태희 작 <할머니>.외로울 때 생각난다 수원 사는 도훈이전학 올 때 바빠서 인사도 못했는데추석에 외할머니댁 가면 다시 볼 수 있을까?- 이윤석 작 <친구>.아이들의 시조에는 가족이나 친구가 자주 소재로 등장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시조의 '초장'과 '중장'에는 평이하게 읊조리다 마지막 '종장'에서 긴장감을 한껏 살리면서 시조의 감칠맛을 살려서 쓰고 있다.
'외로울 때'가 있다고 한 아이는 친구를 떠올리면서 '종장'에 모두가 풍성한 '추석'과 '외할머니댁'을 끌어와 더 친근감을 준다.
학교 간다 따라와! 학용품창고 책가방으악! 너무 많아 토하는 비만가방홀쭉한 저체중가방 잘 지내자 친구야- 강지우 작 <가방>.밤마다 엄마 몰래 내 방에서 탁탁탁비밀번호 나와라 내 길을 막지마라꾹꾹꾹 비밀 풀었다 잠 날리고 새벽까지- 강주연 작 <핸드폰>.동그란 친구 하나 반짝반짝 빛나네파란색 유리 너머로 우리 쪽만 쳐다 봐얼굴이 파랗게 변했다 무슨 일로 화났니?- 김재현 작 <거울>.경남시조시인협회 김진희 회장(창원 봉강초교 교장)은 "경제적 급성장과 물질의 풍요는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하지만 무언가 잃은 듯, 쫓기듯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정신을 가다듬고 내 속에 잠든 마음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우리는 살아가면서 한 줄 글에서 큰 힘을 얻기도 한다. 3장6구로 된 시조는 민족의 얼과 정신이며 우리 전통 문화의 꽃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먼 훗날 친구들의 작품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꿈과 소망,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 보는 재미를 느끼고 함께 벗할 수 있는 좋은 책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정정애 학부모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절대 살 수 없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아이의 마음이 담긴 소중한 책, 따뜻하고 완성도 높은 아이들의 시조집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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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하고 기특하고 풋풋한 초등 3학년들 '시조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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