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도를 바라보며어떤집을 지을지 설계도를 바라보며 집을 지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효진
카페같은 집에 대한 내 대답에 대해 남편은, 어차피 우린 이 터에서 집과 함께 돈가스 가게를 운영할 계획이었으니 내 취향을 담아 돈가스 카페를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 우리가 구입한 땅은 살림집, 가게를 따로 집을 지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이들이 어리다보니 관리가 필요해서, 가게와 생활하는 살림집을 함께 붙여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만들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렇게 우리집 한 채 안에 크게 가게란 공간과 주택이란 공간, 둘로 분리해 나눠다. 그 두 공간 사이에는 벽이 아닌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문을 만들어 놓기로 했다. 지금도 종종 손님이 갑자기 내가 문을 드르륵 하고 열면 벽이 아닌 문이었다며 신기해하곤 한다.
그렇게 하나 하나 계획을 세우고... 집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과정 속에 나 또한 남편이 원하는 집이 궁금해졌다.
"당신은? 당신은 어떤 집을 원하는데?" "난 우리 아이들과 추억을 많이 쌓아나갈 수 있는 집."가족이 생기면서 변화된 남편의 집에 대한 꿈이라고 하겠다. 남편은 말했다. 이제는 혼자만의 꿈이 아닌, 가족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그래서 자신은 그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추억을 많이 쌓아나갈 수 있는 집을 원한다 말했다.
그렇게 하나 하나 설계에 대한 계획들을 풀어놓는데... 우선 복층으로 집을 짓겠노라며, 자신의 꿈을 풀어놓았다. 오르락 내리락 오가며 아이들과 술래잡기도 하고, 보물찾기도 하고, 집안 구석구석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추억을 쌓아가고 싶다는 거다. 또한 캠핑을 좋아하는 남편은, 넓은 마당 한켠에 텐트를 치고 아들과 함께 캠핑도 하며, 힐링할 수 있는 캠핑 공간으로서의 욕심도 풀어놓았다.
카페를 좋아하는 아내의 취향과 캠핑을 좋아하는 남편의 취향이 더해진 집 그리고 아이들과 추억을 많이 쌓아나갈 수 있는 추억의 집. 크게 우리 부부가 꿈꾸고 있었던 집의 기본 방향이었다고 하겠다.
우리만의 꿈의 공간을 그리고 상상하며 땅 구입 이후부터는 그렇게 제주시내에서 한림까지를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하며 늦더라도 하루에 한 번은 꼭꼭 방문했던 것 같다. 왔다 갔다 오가는 시간에도, 꿈의 터전에 도착한 시간에도, 잠을 이루는 시간에도, 집이란 공간에 대해 늘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