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노명우
사월의책
자칭 '싱글남 사회학자'인 노명우 아주대학교 교수가 자신의 삶을 사회학의 시각으로 들여다 본 내용을 책으로 썼다. 우리에겐 혼자 사는 이들을 바라보는 두 가지 극단적인 시각이 있다. 화려한 싱글과 궁상맞은 독신. 전자에선 자유와 물질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후자에선 인스턴트 혼밥으로 점철된 일상과 '고독사'라는 쓸쓸한 결말을 상상한다. 하지만 그는 '싱글은 화려하지도 않고, 반드시 위험하지도 않다. 또한 싱글은 화려할 수도 있고, 위험할 수도 있다'(139쪽)고 말한다.
그는 1인 가구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다섯 가지 고정관념을 소개하며 참과 거짓을 밝힌다. 첫 번째 통념은 1인 가구의 증가는 결혼을 늦추는 젊은 세대의 증가 때문이라는 것이다. 1921년 여성의 초혼 연령이 19.5세, 남자가 18.2세였던 것이 2010년에 오면 여자 28.9세, 남자 31.8세로 크게 늘어났다. 분명 만혼화 경향은 뚜렷하지만 1인가구는 젊은 세대가 아닌 노인인구에서 확연히 나타나고 있으며 증가하는 추세다.
'2012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1인 가구 중에서 27.3%를 차지한다면, 2035년에는 전체 45%에 달할 예정'(45쪽)이다. 원인은 평균수명의 연장 때문이다.
두 번째 통념은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1인 가구 증가의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장 흔한 통념이지만 사실과 다르다. 전체 1인 가구 가운데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 단독 가구를 구성하는 이들의 비율은 점차 감소하고 배우자 별거, 사별 및 이혼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그는 말한다.
지금 당장 모든 미혼 집단이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도 1인 가구의 증가는 제어될 수 없다.(47쪽)
세 번째 통념은 1인 가구는 가족이 없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내용이다. '기러기 아빠'나 주말부부를 떠올리면 이 통념이 반드시 사실을 설명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네 번째로 결혼을 하면 혼자 살게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도 통념이다. 결혼에는 이혼과 재혼, 배우자 사망 등 여러 변수가 따른다. 따라서 결혼을 한 후에도 얼마든지 1인가구가 될 수 있다.
마지막 통념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세련되고 능력도 있는 화려한 싱글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흔히 '능력 있으면 혼자 살아도 돼'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오히려 1인 가구의 대다수는 화려함보다는 한계 집단에 가까운 삶'(50쪽)을 살고 있다.
'혼자 사는 것'과 '은둔'은 다르며 외톨이가 되는 것과도 다르다. 그럼에도 혼자 사는 이가 늘어나는 것은 사회문제 현상으로 취급된다. 그 이유는 사회-민족-국가-공동체가 긍정적 뉘앙스의 동맹을 이루기 때문이다.
사회-민족-국가-공동체의 긍정적 뉘앙스 동맹이 강하게 지배하면, 사회-민족-국가-공동체 차원에서 조금이라도 비켜나 있는 사람은 비정상적인 상태, 위험한 비정상정으로 취급되기 마련이다. (76쪽)
저자는 모든 사람은 집단에 소속되려는 욕구만큼이나 개체가 되려는 욕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모두가 단독인이 되는 '단독인의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독인의 사회란 달리 말하면 '모두가 혼자 살라고 선동하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를 통합하는 힘과 개체가 되려는 힘이 균형을 이루는 사회, 개체가 되려는 힘을 갖고 싶어 하는 개인이 가족 환경이나, 집단의 소속 여부와 상관없이 자기 뜻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236쪽)를 의미한다.
모든 이가 단독인이 되기 위해선 가족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의 사회안전망 시스템이 확충되어야 한다. 그가 제시하는 것은 '자기만의 방'과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이다.
분명한 사실은 모두가 다 함께 단독인이 되기 위해서는 단독인을 위한 독립자금 역시 모든 사람에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단독인이라는 홀로서기에 성공한 사람은 더 이상 위인이나 특별한 영웅의 모습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239쪽)
<싱글 레이디스> 레베카 트레이스터 지음, 노지양 옮김, 북스코프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