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yrdom of St. Peter, 1601카라바지오, Source: Wikimedia Commons
St. Maria del Popolo
'베드로의 순교(The Martyrdom of St. Peter)'는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세워지기 직전의 베드로의 모습을 그렸다. 칠흑같이 어두운 배경 속에서 베드로의 벌거벗은 몸과 하얀 옷감이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흰 머리와 수염, 주름살 투성이의 얼굴은 빛에 드러난 오른쪽 부분만이 뚜렷이 보일 뿐이다.
십자가를 등으로 지탱하고 있는 사람의 팔과 다리에 힘이 가득 들어간 것이 생생하게 느껴지고 위로 십자가를 끌어올리려는 두 사람도 일에 집중한 모습이다. 이 그림에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유일한 인물은 곧 시작될 본격적인 고통을 앞둔 베드로 뿐이다. 따라서 얼굴이 보여지는 인물도 베드로가 유일하다. 십자가에 달려 있음에도 마지막까지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 몸에서 힘이 느껴지는데 저항이나 거부의 몸짓이라기 보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 같다.
반대로 얼굴은 의외로 담담하면서도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인상적인 표정이다. 마치 눈 앞에 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은 강한 명암의 대비와 인물의 사실적인 묘사로 가능한 것이고 이에 더하여 극적인 순간의 드라마는 보는 이의 마음을 동요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카라바지오의 그림은 과감한 구도와 명암의 사용으로 강한 에너지를 전하고 실제와 같은 인물의 표현으로 사실감을 주었지만 그로 인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의 그림 '성모의 죽음(The Death of the Virgin)'은 죽은 성모의 모습이 지나치게 사실적이고 적나라하여 그림을 주문한 자가 인수를 거부했다. 드러난 맨 발과 축 처진 왼손, 생기 없는 얼굴에서 성모의 죽음이 초라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벤스는 이 그림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알려져 있다.
플랑드르(지리상으로 현재의 벨기에 지역)의 화가 루벤스 역시 바로크의 대표적인 화가로 그의 그림에는 역동적인 움직임과 함께 밝고 화려한 색이 수놓은 강한 에너지가 가득하다. 다재다능하고 열정적이며 많은 작품을 남긴 그는 당시 플랑드르를 지배하고 있던 스페인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신체의 모습을 다양하고 역동적으로 그려 넣었는데 마치 미켈란젤로가 열정적인 감정을 신체를 통해 표현했듯이 그는 춤을 추는 듯한 움직임과 풍만한 육체, 밝은 색깔로 감정을 넘치도록 풍요롭게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