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ransfiguration, 1518-20라파엘 Source: Wikimedia Commons, Author: Alvesgaspar
Pinacoteca, Vatican
라파엘의 후기 작품 또한 그가 이전에 이루어낸 완벽한 조화와 균형, 아름다움에서 멈추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가고자 한 극한으로의 추구를 보여준다. 죽음 직전 그린 '그리스도의 변모(The Transfiguration)'는 라파엘의 기존 그림과는 다른 점이 눈에 띈다.
특히 그림 아래 사람들의 동작과 표정에서 부자연스럽고 과장된 듯한, 연극의 한 장면과 같은 느낌이 강하다. 전체적으로 고른 톤에 안정적인 구도와 인물들의 편안한 자세와 표정, 부드럽고 절제된 색의 사용을 특징으로 했던 라파엘의 그림은 이 작품에서는 거의 정반대로 방향을 튼 듯한 인상까지 준다.
명암이 부분적으로 과장되게 사용되었고 자세와 동작, 표정은 극적이고 과하며 색깔도 화려하고 선명하다. 하늘로 오르는 예수의 옷과 주변이 흰색으로 처리된 것과 달리 그 아래 인간들의 옷은 화려하고 현란하다. 구도 또한 윗부분이 다소 안정적인 구도인데 반해 아랫 부분의 인간들은 거의 뒤엉키다시피 빽빽하게 모여있다.
워낙 선대와 당대 작가들의 그림에 많은 영향을 받아 결국은 자신만의 것으로 표현하는데 능했던 라파엘답게 그의 후기 작품은 모든 예술적 기교를 종합하여 표현한 듯한 느낌이 든다. 이것은 이미 최고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낸 천재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여유로운 모습이자 자신의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열정적인 모습이기도 한데 라파엘이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짐작된다.
따라서 르네상스의 천재 작가들의 뒤를 이은 후기의 작가들이 매너리즘에 빠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물론 후대에 길이 남을 훌륭한 작가의 그림에 필수적인 자신만의 색깔이 부족한 경우에는 단지 매너리즘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곧 매너리즘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으나 계속될 수는 없었던, 잠시 머물다 말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설명해주기도 한다.